▲ 김경도 원장

단계동 원주농협 맞은편 2층에는 독특한 헤어샵이 있다. 30평 남짓한 공간에 들어서면 온통 핑크색으로 마치 바비인형 집에 온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벽지, 장판, 드라이기, 의자, 옷걸이 등 온갖 물품이 핑크색이다. 장미 문양의 그림도 수북하다. 헤어샵 대표는 김경도 씨이다. 김 씨는 핑크색을 너무나 사랑한다. 옷도 핑크색 또는 밝은 색상을 입는다. 중년 남성이 핑크색과 사랑에 빠진 것.

고향은 영월군 운학2리다. 시골 출신으로 성격이 온화했던 김 씨는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 학업 대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어려서부터 미용사가 꿈이었다. 자격증 취득을 위해 회사에 다니면서 미용학원에 등록해 자격증을 취득했다.

하지만 불행이 닥쳤다. 학원을 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뇌수술을 받은 것. 머리의 1/3을 꿰매는 대수술이었다. 하지만 더 큰 불행이 찾아왔다. 사회생활을 해서 틈틈이 번 돈으로 아파트를 장만하려 했지만 사기를 당하고 만 것. 그동안 저축한 1억4천여만원이 사라졌다.

이후 생계를 위해 막노동, 벌목작업 등을 했다. 김 씨는 "배고픔에 쓰레기통을 뒤질 정도로 당시 삶은 비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용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 결과 빚을 청산했고, 남은 2천만원을 가지고 원주에 미용실을 차렸다.

1천만원으로 건물을 임대하고, 1천만원으로 인테리어를 하다보니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가장 화려하면서도 저렴한 핑크색을 택하게 된 것. 벽지가 핑크색이었기 때문에 이후 구입한 물건도 핑크색이었다. 원래 핑크색을 좋아한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삶이 김 씨를 핑크색으로 물들인 셈이다.

미용실 이름을 짓기 위해 작명가에게 부탁한 결과 '핑클 헤어샵'을 제시한 것을 보면 운명으로 볼 수도 있다. 김 씨는 미용실에서는 '핑크색 원장'이지만 밖에 나오면 남성다운 터프함을 지니고 있다. 그동안의 힘들었던 삶으로 인해 김 씨는 아직 결혼을 하지 못했다. 김 씨에게 있어 핑크색은 다가올 미래에 대한 희망의 색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