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폭염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무더위에 건강 조심하라는 인사를 하고, 지구온난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하소연 한다. 더위가 사람을 공격한다는 자극적인 뉴스 기사마저도 수긍이 갈 지경이다. 이 정도면 말 그대로 기상재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폭염은 기상재해다.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1901년부터 2008년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기상재해로 인한 인명피해를 분석한 결과 놀랍게도 1994년 폭염 당시 사망자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당시 사망자 수는 3천384명에 달했다. 폭염이 얼마나 무서운 기상재해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자료가 아닌가 싶다.

올해 폭염으로 인한 첫 사망자는 강원도에서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전국 응급의료기관을 통해 폭염 건강피해 표본감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강원도에서 지난 달 초 70대 여성이 밭에서 쓰러졌다.

발견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고 사인은 폭염 등으로 인한 심인성 사망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번 폭염으로 인해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모두 211명의 온열환자가 병원을 찾았고, 집계가 시작된 6월 이후 확인된 전체 온열환자 수는 6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366명으로 증가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번 폭염의 무서움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문제는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문제는 보다 중층적으로 접근해서 대책을 모색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 이유는 그 동안 국내외에서 발생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의 대부분이 사회적 취약계층으로서 빈곤 계층과 노인층에 집중돼 있고, 빈곤 계층과 빈곤 노인의 만성질환과 열악한 주거환경이 치명적인 사망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문제는 기상재해인 동시에 사회적 죽음에 해당한다는 사실에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폭염으로 인한 피해와 사망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령화 사회, 빈곤 문제, 열악한 주거 환경 등에 대한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사회적 복지 관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나서야 할 문제라는 점을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달 10일 원주에서 개최된 주거복지 심포지움은 의미가 크다. 사회적 양극화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거문제에 대한 양극화를 고민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원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도시가 보다 행복한 고장이 되기 위해서는 주거문제, 주거복지 문제가 더 이상 미뤄져서는 곤란한 중요한 과제임을 인식하는 자리였다 점이 그렇다.

당장에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문제를 바라보면서 주거복지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강조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고, 나아가 주거복지의 구체적인 실현을 위해서 지역사회가 나서야 한다는 데 모두가 공감했으면 하는 기대도 가져보게 된다.

지난 6월 개최된 Rio+20 유엔지속가능발전회의의 결과 문서인 '우리가 원하는 미래'에서도 주거복지에 대한 문제를 주요하게 언급하고 있는데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합의문에서는 경제적·사회적·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통합된 도시 계획과 관리, 접근방식이 필요하며, 이러한 관점에서 저비용 주택과 인프라의 제공, 빈민가의 개선과 도시 재건을 우선하는 도시발전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빈곤퇴치를 위해서는 물론이고, 도시와 농촌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의 편안한 생활을 위해서 거주지의 질을 향상시켜 거주지와 이동성에 관한 기본적인 복지를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아울러 무엇보다도 도시와 주거문제에 관한 대중의 인식 제고에 노력해야 하고, 의사결정에 있어서 빈민를 포함한 도시 거주자의 참여를 향상시키는 방법 등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과 방법을 통해 통합적 접근방식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도시와 거주지를 계획하고 만들 것을 주문한다.

결국 주거문제의 해결이라는 과제는 지속가능한 우리의 삶을 위해서 모든 인류가 함께 노력하고 있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인 셈이다.

제현수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