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론면 단강2리 최영동 이장이 5㎝쯤 자란 옥수수 싹을 가리키고 있다

부론면 옥수수 재배농가들이 이번 가뭄으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된다. 부론면은 원주에서 가장 많은 농민이 옥수수를 재배하는 지역으로 5월말 기준 1천219농가 중 337농가가 옥수수 농사를 짓고 있으며, 재배면적은 102.3㏊이다. 문제는 이번 가뭄으로 옥수수 상태가 매우 좋지않아 상품 가치를 상실했다는 점. 계약재배를 한 농가가 많지만 구두계약에 그친 상태고, 농가들 스스로 판로 확보가 어렵다보니 농가들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부론면 단강2리 박장하(58) 씨는 "우리동네에는 20여 농가가 9만9천㎡ 밭에 옥수수를 계약재배하고 있는데 열매가 5㎝ 미만인 것이 수두룩하다"며 "지금 비가 온다 하더라도 수확기까지 온전한 상품으로 성장하지는 못해 계약자가 옥수수를 사갈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4월부터 현재까지 원주에 내린 총 강수량은 43.2㎜. 광역상수시설이나 지하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이번 가뭄으로 하천까지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여서 옥수수가 자라지 못했던 것.

박 씨의 경우 계약재배를 통해 1만6천㎡ 밭에서 옥수수를 재배해 1천500만원을 받기로 했지만 물거품이 됐고 밭 임대료, 비료 값, 농자재 값 등을 합쳐 2천만원 정도 손실을 보게 됐다. 예년 같았으면 계약금을 받아 투자금을 회수하고 남은 수익으로 생계를 운영했지만 이번 가뭄으로 올해는 어떻게 할지 막막하다.

단강2리 최영동 이장도 5천㎡에 옥수수를 심었지만 사정은 박 씨와 마찬가지. 최 이장은 "옥수수 싹도 안 나온 상태에서 어떻게 처리할지 매우 고민이다"며 "바람이 있다면 그나만 자란 옥수수라도 사료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이장은 작년까지는 담배 농사를 했지만 올해 처음 옥수수 농사를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비가 내려 옥수수를 어느 정도 수확한다면 인건비라도 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옥수수 농가들은 이번 가뭄이 기상관측이래 최악이고 상당수 밭농사가 타격을 입었다는 점에서 정부나 농협이 옥수수를 사들여 농가 손실을 보전해 주길 바라고 있다. 부론면 법천리 김 모(62) 씨는 "부론면에 옥수수 재배 농가가 많은 것은 원주시에서 옥수수 농사를 권장했기 때문"이라며 "원주시가 농가들 고통을 참작해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