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대는 새해 첫 일출을 시작으로 연중 많은 인파가 몰린다.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이어지는 호반을 따라 가족, 연인, 친구와 바다의 정취에 젖다 보면 하루 해가 짧다. 사진은 경포호 야경.  (사진제공: 강릉시청)

강릉시는 백두대간이 성벽처럼 가로막혀 영동 지방 고유의 문화가 남아 있다. 백두대간과 더불어 바다를 누릴 수 있는 강릉에서 동해안을 따라 이동하며 옛 문화와 새로운 문화의 조화를 살펴보는 것도 즐겁다. 오랜 전통을 찾아볼 수 있는 학산리 굴산사지 일원과 경포대 일원,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각광 받는 커피 문화 공간 등 즐길 거리가 가득한 여행 길이다.
　
단오가 시작되는 곳, 대관령국사성황사

백두대간을 넘어 강릉으로 들어서는 길은 두 가지가 있다. 고속도로를 타고 강릉 시가지로 진입하는 것과 대관령 옛길을 따라 구불구불한 산맥의 정취를 맛보는 것이다. 천천히 휴식을 즐기러 떠나는 여행이라면 아무래도 구불구불한 옛길이 제 맛이다. 대관령 옛길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영동의 문화도 만날 수 있다.

그 첫 번째 장소가 영동 사람들이 오랜 시간 자신의 안위와 마을의 안녕, 풍년과 풍어를 기원해오던 대관령국사성황사다. 옛 대관령휴게소 주차장이 끝나는 곳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을 따라가면 깊은 숲이 시작되는 곳에 대관령국사성황사가 있다. 대관령 아래 학산마을에서 태어나 불교계의 큰 어른이 된 범일국사가 이곳의 주인이다. 호랑이를 타고 앉은 범일국사를 모신 국사성황사는 늘 무엇인가 기원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곳에서 여행의 안녕을 기원해보자. 국사성황사 옆 작은 건물은 김유신 장군을 모신 대관령산신당이다.

대관령 아래인 강릉시 구정면 학산리 628번지에 자리한 학마을은 강원도무형문화재 5호로 지정된 학산오독떼기로 잘 알려진 곳이다. 마을 입구 오독떼기전수관 옆으로 범일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굴산사지가 있다. 보물 85호 굴산사지 부도, 보물 86호 굴산사지 당간지주, 문화재자료 38호 굴산사지 석불좌상 등을 살펴보며 당시 사찰의 규모를 짐작해보자. 학산리 65-20번지에 자리한 갤러리 맷돌에 들러 미술 체험도 해볼 것.

구정면 어단리 973-1번지에 김용덕 씨가 운영하는 커피 로스팅 공장 테라로사가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높은 천장과 한쪽 벽면에 서 있는 커피 로스터, 가득 쌓인 원두 자루들이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이곳에서 생산한 커피는 서울 유명 호텔에 납품될 만큼 품질도 좋다. 커피 향 가득한 공간에서 식사도 즐길 수 있다.

호수와 바다를 만나다, 경포호

경포대 일원의 봄철 아름다움은 호숫가에서 피어난다.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이어지는 호반을 따라 벚나무가 꽃을 피우고, 그 아래 사람들이 모여 저마다 봄을 만끽하는 것. 꽃의 아름다움이 사람의 마음속까지 봄을 전달해주는 까닭인지 경포호반에서는 봄을 즐기는 가족과 연인, 친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들이 이곳에서 함께 즐기는 것은 자전거 타기. 호수를 따라 4.3km나 이어지는 자전거도로가 봄나들이에 한몫을 하는 것.

3·1기념탑-경포대-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경포해변-허난설헌 생가로 이어지는 경포호 자전거 여행은 경포호 서쪽 입구인 3·1기념탑 주차장 자전거 대여점에서 시작하는 것이 편리하다. 타고 간 자동차를 주차장에 세워놓고 대여점에서 자전거를 빌려 호숫가를 달리는 것. 거울처럼 맑은 호수 위에 드리운 하늘과 솔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짜릿함도 체험할 수 있다.
　
커피 명장의 손맛을 누리는 곳, 보헤미안

연곡면 영진리 181번지에 자리한 카페 보헤미안은 강릉 커피의 원조이자 우리나라 커피의 성지처럼 여겨지는 곳이다. 이곳의 주인장 박이추씨가 우리나라 핸드 드립 커피 1대기 때문. 이곳에 정착한 후 많은 제자를 길러내 강릉은 매년 10월 커피축제를 열 만큼 커피의 고장이 됐다. 카페에서 바라보는 연곡 바닷가 풍경도 아름답다.
　
솔숲과 어우러진 선교장

운정동 431번지에 자리한 선교장은 중요민속자료 5호로 지정된 조선시대 민가다. 집 앞 들판이 모두 경포호일 때, 이 집으로 드나들기 위해 배다리를 놓은 데서 선교장이 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조선 영조 때(1703년) 효령대군의 후손 이내번이 지어 300년을 이어온 이 집에는 오랜 세월을 지내온 것이 또 있다. 집을 감싸 안은 뒷산의 소나무들이다. 수령 500~600년에 이르는 소나무 20주가 어린 소나무들 사이에서 그 자태를 뽐낸다. 소나무와 어우러진 선교장의 정취가 빼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