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봐 주는 카페, 토속 음식점 등 다양
행구동은 살구나무가 많아 붙여진 이름


늦가을 정취가 한창이다. 쥐면 바스러질 것 같은 이파리들이 내는 빛깔이 얼마나 은은하고 우아한지, 복작거리는 도심에서 놓치기에는 너무나 아깝다.


아래로 시내 풍경과 뒤로 치악산 자락을 끼고 있는 행구동은 원주시 내에서 가장 높은 곳. 예로부터 고찰과 비경을 뽐내는 골짜기 등 순수한 농촌 지역에서 현재 모텔, 카페 등이 즐비하게 들어선 공기 맑고 ‘놀기’ 좋은 동네로 알려지기까지 치악산을 목전에 둔 행구동에서 보는 가을은 추억의 계절이다.
가족과 함께, 연인끼리 또는 말이 잘 통하거나 말 없이도 이심전심이 되는 벗과 함께 깊어 가는 이 계절에 행구동을 찾아 보자. 행구동의 옛 이름은 ‘살구둑’. 살구나무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행구동의 ‘행’이 살구 ‘행’(杏)자다. 옛 지명, 사연과 얽힌 행구동을 걸어봤다.


살구둑, 신달래 행구동 건영아파트 지나 오른쪽에 있는 낚시터, 살구둑못 또는 신다랭이 연못을 지나 나오는 원주공고 삼거리에서 오른쪽 공고 쪽으로 조금 가다 보면 또 다시 삼거리가 나온다. 삼거리로 갈라지는 길목에 신월랑 슈퍼마켓이 있다.


‘신월랑’. 참 특이한 이름이다. 무슨 무당집 이름 같기도 하고. 신월랑은 다른 말로 ‘신다랭이’라고도 하는데 산골짜기에 있는 층층으로 된 좁은 논배미를 가리키는 ‘다랭이’와 이런 다랭이가 쉰 개나 될 정도로 많다 해서 ‘쉰다랭이’로 불리다가 ‘신다랭이’가 됐다. ‘신월랑’(新月郞)은 이를 한자로 적은 것. 신(新)과 랑(郞)은 음차를 한 것이며 월(月)은 의미를 딴 것이라고 한다.
신달래는 근처 밭에서 깨를 털고 있던 이 동네 토박이 아저씨가 90년대 초 7~8년 운영했던 식당. 이 아저씨는 이곳에서 나서 이사 한번 나가지 않고 52년째 살고 있다고 한다. “살구둑이 이 동네에서 제일 오래된 식당이지. 외지인 말고 이 동네 살던 사람이 만든. 나, 살구둑, 상록식당, 고둔치, 또 하나까지 다섯이서 한 5, 6년 이 동네에서 끌고 갔지, 아마. 그러다가 95년부턴가 한 달에 한 두집씩 막 생겨 지금은 40여개 될거야 .”


철학카페 수목


신월랑 슈퍼마켓 건물 지하에 있는 카페다. 사주를 봐준다. 관음사, 국형사, 보문사 등 사찰로 둘러싸인 행구동에 있을 법한 카페. 올 가을 문예지 ‘좋은 사람’에 시로 등단한 주인 박연희씨(42)는 6~7년 사주를 공부하고 2년 전에 카페를 차렸다. ‘사주는 통계’라고 말하며 본격적으로 매달리지 않아 박씨에게서 ‘꾼’ 냄새는 나지 않는다. 차만 마시고 사주는 안 봐도 그만이다. 수목 전에 민들레영토라는 라이브카페가 2년 정도, 그 전에는 ‘자작마을’이라는 이름의 카페가 6, 7년 있었다고 한다. ‘자작마을’은 예술인들이 많이 찾았던 카페로 지금도 가끔씩 그때를 기억하고 찾는 예술인들이 있다고 한다.
운채


신월랑 슈퍼에서 오른쪽 국향사 가는 길로 올라가다 원주공고 못 미쳐 왼편에 있는 식당. 나무로 지은 토속 카페식 식당이다.


행구동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95년부터 이 지역이 개발되기 시작되면서 식당, 카페 등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또 현재 행구동 지역에 속한 카페, 식당이 한 십여 군데 되는데 이 가운데 서너 곳 정도가 개발 처음부터 지금까지 있는 것이라고 한다.


운채는 그 서너 곳 가운데서도 지금까지 같은 주인이 운영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다.
옹심이, 곤드레밥 같은 토속 음식을 메뉴로 한다.


대표 윤일문씨(51)는 “화전민들이 늘려 먹기 위해 하던 음식들”이라고 말했다.


한 끼밖에 안 되는 밥을 가지고 두 끼, 세 끼를 먹어야 했으니 밥을 늘려 먹을 수밖에 없었고 곤드레밥 같은 게 이렇게 만들어진 밥이라는 것. 관음사 북쪽에 ‘꽃밭머리마을’이라고 화전민 촌이 있었다고 하는데 윤씨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8년째 꾸준히 운영하고 있으니 한번 들어가 먹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길카페


관음사에 이르는 200m 길이의 2차선 도로변으로 원주 시민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곳. 96년 경 관음사까지 도로 정리가 되면서 자판기가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해 지금은 20여 대에 이른다. 행구동의 역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행구동 시정홍보위원 남기탁씨는 “흥원창에서 신월랑까지가 보부상들의 하루 거리로 흥원창을 떠난 상인들이 신월랑에서 첫 1박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신월랑’은 예로부터 사람이 머물던 곳이고, 근래 들어 카페가 많이 생기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석경묵집


석경마을에 있다 해서 붙인 이름이다. ‘석경’은 ‘돌경이’의 한자말로 돌경이는 물가에 돌이 많거나 물이 돌아나가는 곳에 붙는 지명이다.


남씨는 “옛날에 산이 무너지며 돌 무더기가
김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