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일(청일중학교 교사)



나에게 선생님이라는 말과 함께 떠오르는 분이 한 분 계신다. 내겐 최초의 선생님이셨던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 어린 눈에 비친 선생님은 정말로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은 모습이셨다.


60년대 초 베이비붐 시대 끝물에 태어난 우리 시골아이들 60여명은 가,나,다,라도 모르고 1,2,3,4도 잘 모르고 입학을 했다. 당시만 해도 먹고사는 것이 급했던 시대 상황 속에서 가정교육이나 예비교육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코흘리개 촌뜨기들을 데리고 한글을 깨우쳐 주시고 산수를 가르치시던 선생님의 열성적인 모습, 학습이 안 되는 아이들을 어둑어둑할 때까지 남겨 지도하시고 시오리길 먼길을 바래다주시고는 어두운 산길을 넘어가시던 모습, 때때로 우리들이 몰랐던 새로운 것들을 알아갈 때면 웃음을 지으시면서도 눈물을 글썽이시던 모습, 책보를 가지고 다니던 그 시절에 남을 도와준 착한 아이에게 책가방이나 자석필통을 선물해 주시던 모습, 그 어린 나이의 내게 보여준 선생님의 모습은 자상하면서도 엄하시고 아주 열정적인 분 그리고 여리고 섬세하면서도 감성이 풍부하셨던 분으로 인상이 남아있다.


교육은 그 선생님처럼 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아이들에 대한 열정과 자상함 그리고 한 명이라도 놓치지 않으시려는 모두에 대한 고른 사랑, 엄격함 속에 따뜻하게 숨쉬는 자상함, 남을 돕는 아이들에 대한 큰 칭찬과 베품을 가져야 한다고 말이다.


내 딸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입학을 했을 때의 일이다. 한번도 짜증을 내거나 말대답을 안 하던 녀석이 입학 후 한동안 짜증을 내고 말대답을 하며 안보이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부모인 나보다도 아이를 잘 적응시킨 분이 담임선생님이시다.


초등학교 때도 학교에 갔다오면 학교 이야기를 묻지 않으면 하지 않았었는데 딸아이는 밥상머리에서 담임선생님 이야기를 하며 표정이나 말투가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선생님께서 아이들 생일을 챙겨주신 이야기, 학급홈페이지를 만들어서 아이들과 함께 하교 후에도 의사소통의 장을 마련해 주신 이야기 등등 아이가 낯선 학교에 잘 적응하도록 도운 사람이 부모인 내가 아닌 담임선생님이셨던 것이다.


얼마 전 새로 만난 한 선생님의 삶에 관해 들었다고 하면서 그 선생님의 삶이 너무 힘드셨고 아프셨을 것 같다면서 이야기를 하고 나서 얼마나 울던지 아이의 울음 속에 나도 빠져들어 눈시울을 적신 적이 있다. 아이들 앞에서 꺼낸 선생님의 솔직한 인생이야기가 아이들의 눈물을 자아내게 한다면 난 그것으로 교육은 이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고 믿는다.


선생님과의 감정이입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열어보는 딸아이의 모습이 참 예뻤고 그 선생님의 아이들에 대한 믿음과 신뢰의 대화가 훈훈하게 느껴져 왔다. 나 자신도 그런 것처럼 아이도 많은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성장하고 성숙해져 간다. 육체의 성장과 성숙도 중요하지만 정신의 성장과 성숙이란 이름 앞에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마음을 열고 감정을 공유하고 대화의 장을 마련하여 함께 호흡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신 한 나는 내 아이의 인생에 대하여 낙관하여도 좋을 것 같다.


내가 앞에서 이야기한 기억 속의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내 딸아이도 나처럼 어른이 되었을 때 그리워 할 수 있는 선생님들이 아이의 마음속에 새겨지는 것을 보며 난 내 딸아이와 인연을 맺고 계신 선생님들 아니 이 시대의 모든 선생님들께 내 유년시절의 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그대로 드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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