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동 상지대 정문 아래골목 신영균(69) 씨 집에는 동네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든다. 무심코 그 집 앞을 지나는 사람이 발길을 멈추는 것은 활짝 열어 놓은 대문 안으로 꾸며진 예쁜 정원 때문이다.

신 씨 정원은 좁다란 입구를 따라 양 옆으로 아담하다. 관리가 까다로운 고운 잔디 대신 인도 블록이 깔려있고 남의 집 정원을 넘어다보느라 애 먹을 것 없이 편히 걸어 들어가며 구경하면 된다. 신 씨가 자기 집 정원을 대문 닫는 날 없이 주민에게 개방하고 있는 것.

둥글한 돌을 모아다 무릎 높이만큼 화단을 올렸다. 키 작은 소사나무, 소나무, 다홍색 철쭉 밴이 나무들 밑으로 흙바닥에 달라붙다시피 핀 꽃들이 모여 있다. 신 씨와 아내 이길자(62) 여사가 특히 좋아하는 것들이다. 하늘국화, 임파첸스, 설난 등은 소박하면서도 색이 선명하다. 복주머니를 닮아 꽃 가운데가 봉긋한 복주머니꽃이나 종이처럼 바스락한 꽃잎에 종이꽃은 유독 눈에 띄는 것들이다.

안으로 더 들어가니 현관문 가까이 작은 화분들도 꽤 많다. 그렇게 100여 종의 꽃과 나무를 두 부부가 함께 돌보며 주민들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있다.

신 씨는 "정년퇴임 한 뒤 여가시간이 많아 내가 좋아서 할 뿐인데 별거 아니어도 동네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게 기쁨이다"라며 "젊게 살고 싶어서 정원 관리도 열심히 하고 그 밖에 시간에는 주로 테니스를 즐긴다"고 덧붙였다.

가로등에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향기 나는 집' 이라고 나무에 적힌 글씨가 가훈이란다. 그러고 보니 신 씨 집 마당에는 태극기도 게양돼 있다. 42년 교직에 있으며 갖게 된 남다른 애국심의 표현인데 종종 일반 가정집이 아닌 줄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다. 전국 여러 지역을 다니며 교편을 잡았으며, 원주에 정착한 것은 80년대다. 원주에서도 많은 초등학교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6년 전 지금 갖춘 모양으로 집을 수리했고, 그 후 화분에 길러오던 식물을 지난해 화단을 마련해 땅에 옮겨 심었다. 지난해에는 의자와 테이블을 놓고 차도 들고 갈 수 있게 했는데 관리가 잘 안돼 다시 꾸미려고 나무 의자를 모아다 놓고 준비 중이다.

신 씨네 정원에 찾아가려면 상지대 정문을 등지고 바로 아래 오른쪽 골목으로 200m 쯤 가면 된다. 마당에서 신 씨와 대화하는 중에도 동네 주민들이 드나들며 구경을 하고 간다. 신 씨는 "하루 두세 번씩 다녀가는 어르신도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편하게 쉬다 가면 좋겠다"며 "아흔 가까운 내 모친도 거동이 불편하지만 의자에 앉아 바라보며 항상 좋아 하신다"고 말했다.

한미희 기자
mhhan@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