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에 얽힌 문화유적

역사의 한축 이루고 있는 원주의 자랑태종이 글 공부하던 각림사

조선왕조실록 세종22년(1440) 2월 17일 세종대왕은 확실히 합리적이며 민치(民治)를 손수 실천한 분임을 알 수 있다. 그 한 예로 아버지인 태종이 원주 각림사를 짓기 위하여 수결(手決)하여 단시일내에 복원한 선례를 따라 홍천사를 복원하려 했지만 대간들의 반대로 권문(勸文)이나 교서(校書)를 내리지 못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영의정(領議政) 황희(黃喜) 우의정(右議政) 노한(蘆 ) 호조판서(戶曹判書) 안순(安純)을 불러 도승지 신인손(辛引孫)을 시켜 의논하기를 “홍천사 탑전(塔殿)의 층각(層閣)을 헐어 버리고 따로 앞 전각(前閣)을 짓도록 내가 이미 계획을 정하였다. 옛날에 각림사를 중창할때에 국가의 재력이 어찌 넉넉하지 못할까마는 태종(太宗)께서 친히 권문(勸文)에 수결(手決)하여 간사(幹事)하는 승(僧)들에게 주었는데 두어달이 못되어 완성되었다. 이듬해에 내가 강무(講武)하는 일로 인하여 이 절을 지나게 되어서 보니 제도가 장려(壯麗)하였다.


또 개경사(開慶寺)도 역시 승도(僧徒)들을 시켜 지었는데 불우(佛宇)와 승당(僧堂)이 또한 굉장하였다. 대개 각림사는 태종께서 예전에 노니시던 땅이라 하여 중수하였고 개경사는 능실(陵室) 때문에 지은 것인데 하물며 홍천사 탑전은 태조(太祖)께서 지으시고 수리(修理) 보완(補完)하여 폐지하지 말 것을 태종께 부탁 하셨고 태종이 또 나에게 부탁하셨는데 지금 탑전이 썩어서 기울어졌다는 말을 듣고 어찌 무심히 이를 보고 수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국가의 재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나 태종께서 각림사를 중수하신 전례에 의하여 또 승도들을 불러모아 영조(營造)하려고 하는데 권문(勸文)이나 교서(敎書)중에 어느 것이 좋겠는가. 내가 여러 승지에게 의논하여 보았는데 모두 불가(不可)하다고 하므로 내가 계책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경(卿)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하니 황희등이 아뢰기를 “교서와 권문은 결단코 할 수 없습니다.


저 승도들이 권문에 한 재상(宰相)의 이름만 얻어도 오히려 어리석은 백성을 속이고 꾀는데 만일 전하께서 친히 수결(手決)하시어 이를 주신다면 대소 신민들로서 누가 향응(饗應)하지 않겠습니까? 반드시 큰 폐단이 생기어 전하의 후회를 끼칠 것이오니 원컨대 본사의 스님으로 하여금 예조(禮曹)에 보고하게 하고 예조는 위에 아뢰어 도첩(度牒)이 없는 승도들을 불러 역사시키고 재목과 기와의 공급은 관가에서 판비(瓣備)하여 주면 일이 온당하게 될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처음에는 태종의 고사(古事)에 의하여 행하려고 하였더니 지금 경들의 의논이 좋으니 그대로 따르겠다” 하였다.


옳은 의견이면 신하들의 의견을 여과없이 받아들인 세종대왕의 큰 도량과 포용력에 감탄할 따름이다. 이와 같이 각림사는 역사의 한 축을 차지한 원주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오직 역사를 복원한다는 차원에서 사찰이 옛 모습으로 나타나 주기를 학수고대한다. 치악산 상원사 꿩에 얽힌 보은의 종소리는 옛적이나 지금도 우리 원주의 산하(山河)와 마음속에 계속 은은히 울려퍼지고 있음을 각림사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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