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6일 시청 회의실에서 열린 문화재단 이사회. 이날 이사회는 원주시가 추진중인 가칭 호국문화축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사회 "시대에 맞지 않는 군 문화축제 해야하나"
  원주시 "이사회 거부하면 1군사령부와 공동추진"

　원주시가 오는 10월 개최를 추진중인 가칭 호국문화축전을 시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일단 문화계 인사들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시청 7층 회의실에서 열린 원주문화재단 이사회에서는 이에대한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재단 이사들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날 이사회에서 원창묵 시장은 "'군사도시 원주와 평화'를 기본 이미지로 퍼레이드, 군 마칭공연, 군장비 전시 및 체험 등 군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춘 가칭 호국문화축전을 계획하고 1군사령부 및 국방부와 협의중에 있다"며 원주문화재단이 주관을 맡아 줄 것을 주문했다. "이사회가 거부한다면 원주시와 1군사령부가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이에대해 재단 이사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표면적으로는 "사전에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이 자리에서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결정해 달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었지만 "원주따뚜를 과도한 예산 지출에 비해 호응도가 낮다는 이유로 폐지하고 또 다시 군 문화축제를 추진하는 것은 시민들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게 주된 이유다.

　박대암 원주상공회의소 회장은 "전국 대부분 도시들이 군사이미지를 벗어나고자 하는데 굳이 시대와 걸맞지 않은 군 문화 관련 축제를 해야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으며 권대영 원주예총 회장은 "과거 군도제가 시민 호응이 높았다고 시대와 사회적 환경이 다른 현재도 그럴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며 "문화재단 사업과 어울릴 것인지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영철 상지영서대학 교수는 "군 문화축제는 축제 전문가들의 충분한 논의도 필요하지만 정말 유연한 조직이 아니고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면서 "자칫하면 과시성 축제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원 시장이 "1군사령부가 섭외 등 행사진행과 관련된 모든 것을 책임지기 때문에 원주시가 특별히 준비할 것도 없고 국방부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군도 한껏 고무돼 있다"면서 "군의 딱딱한 이미지를 시민들과 어울릴 수 있는 문화로 순화시킨다면 많은 관광객을 원주로 불러올 수 있다"고 부언에 나섰지만 이미 돌아선 재단 이사들의 생각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시 원 시장이 "한번 해보고 시민들의 반응이 좋으면 계속하고 평가가 별로라면 그때는 그만둘 수 있지 않겠느냐"며 한발 물러섰지만 "수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축제를 전문가들의 충분한 검토가 없는 가운데 트라이얼(trial) 테스트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반응만 되돌아왔다.

　이와함께 이사들은 문화재단 설립목적과 기능,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조원희 상지대 교수는 "문화재단 출범 후 정상적인 논의없이 모든 일이 진행되고 있다"며 "문화재단이 심의기구도 아니고 모든 것을 결정한 뒤 의결만 주문한다면 이사회는 거수기 역할에 불과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봉준 원주민예총 지부장도 "행정방침을 세워두고 후에 협조를 구하는 방식은 곤란하다"며 "사전에 정보를 공유하고 충분히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논의구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이사회는 재단 CI를 선정하는 한편, 원주문화재단 사무국장 채용과 연관된 재단 직제 및 정원 규정 개정안 등을 심의 의결했다. 원주문화재단은 현재 팀원으로만 구성돼 있어 업무추진에 어려움이 있다고 보고 올해 하반기 중 사무국장을 채용할 예정이다.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