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이 뜻을 못 이루고 치악산을 넘어 환행할 때 절을 했다는 배양산을 비롯 원통재 대왕재도 태종과 연관된 이름이다

목은(牧隱) 이색(李穡)선생과 더불어 자주 왕래하며 시국을 개탄하였으며 포은(圃隱)정몽주, 치은(治隱)길재(吉再)와도 왕래와 교분이 두터워 삼은과 절친했으니 따지고 보면 운곡을 합하여 사은(四隱)이라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싶다.

따라서 태종이 어렸을때 당시 고려의 유명한 선각자 중에서 운곡을 스승으로 택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였을 법하다. 특히 오직 운곡만이 관직을 맡지 않고 부모 모시고 농사일에만 열정을 다했으니 고결하고 욕심없으며 티없는 운곡에게 마음이 쏠렸을 것은 자명하다.
특히 운곡은 36세에 상처하였으나 자녀들의 양육을 위하여 이를 악물고 고독감을 참고 여미식실소(廬迷息失所)라고 독백며 가정의 평화를 위한 고귀한 부성애와 순수한 인간미를 더 했으니 비록 어리다고는 하나 영특한 태종이 학문과 더불어 장래를 보장받아야 할 인격자로 소중히 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운곡이라야 된다고 스승을 삼아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각림사에서 조달하여 큰 가람으로 변신되고 각종 조세가 면제되고 매년 곡식과 철을 하사하고 강무(講武:학술을 강의하고 사냥하며 무술을 익히는 것)를 하였고 상왕이 된후에도 세종대왕을 데리고 방문하는가 하면 태조와 태후를 봉안하여 극락왕생을 기원했으며 성종에 이르기까지 많은 혜택을 준 것이 왕조실록에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임진왜란때 소실되고 말았으니 역사적 현장이 없어진 셈이다. 이에 각림사에 대하여 더욱 소상히 밝히겠으나 태종과 더불어 엮거진 문화유산이 많이 남아 있다. 태종대왕이 많은 조정 대신을 대동하고 왔건만 끝내 만나지 못하고 7일간을 애태우며 어린시절 책 읽었던 태종대 주필대를 돌아보면 눈물 흘렸을 것이다.

태종이 뜻을 못 이루고 치악산을 넘어 환행(還行)할때 한차례 뒤를 돌아보며 절을 하였다는 배향산(拜向山)이 있으며 또한 한 고개를 넘어 곤룡포를 벗어 나무에 걸고 심히 침통하게 생각하시었다하여 원통(寃痛)재라 명명한 곳이 있는가 하면 마지막 휴식을 취하였다는 곳을 대왕(大王)재라고 이름 짓기도 하였다. 공양왕 18년(13369)에 태어나 조선 세종12년(1430)에 졸한 문신 변계량(卞季良)이 신종동국 여지승람(新增東國 與地勝覽)에 실은 각림사에 대한 시 한수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치악위산명동해(雉岳蔿山名東海)(치악산은 동해지방에서 명성이 높고) 산지보찰각림최(山之寶刹覺林最)(이 산속의 사찰 가운데 각림사가 최고이다.) 운연암학기천년(雲煙唵壑圻千年) (구름 연기긴 바위 골짜기는 몇천년이나 되었나) 지령옹위천룡회(地靈擁衛天龍會) (명당자이리에는 천룡(天龍)의 모임을 호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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