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재 너머 횡성땅 강림면 소재지 현 우체국 자리에 각림사가 있었다. 강림이란 지명자체가 각림사가 있었다는 데서 유래되어 지어진 지명이다. 조선조 시대 각림은 원래 원주군 수주면 각림리였으나 고조 32년(1895년)영월군에 속했다가 1914년에 횡성에 편입되었으니 치악산과 원주를 떠나 문화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특수지역이다.

조선조 셋째 임금인 태종이 잠저(潛邸)족 임금이 되기전 13살때 모사(茅舍)띳집 두어칸만이 숲속에 황폐되어 있던 각림사에서 운곡 원천석 선생에게서 글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왜 폐사찰과 마찬가지인 이 절에서 또 고려가 없어지고 이태조의 조선나라가 세워진후 곧바로 치악산에 은거하고 만 운곡선생에게 글 공부를 했느냐 하는 것이 엄청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운곡이 고려말시대 큰 벼슬을 한 사람도 아니고 단지 어머님의 간청에 못 이겨 겨우 진사시험에 합격하고는 바로 내려와 부모님 모시고 농사 지으며 조촐하게 초야에 묻혀 정치와는 거리를 둔 사람이 아닌가?

고매한 인격, 심오한 학덕, 지조있는 경륜의 소유자로 정평이나 있던 운곡을 찾아 치악산 각림사에 책상을 놓았을 것이라 본 것이 역사학자들의 중론이다.

운곡선생은 고려조에서 61년 환갑을 살았고 조선조시대 이에 더하여 30년을 쌓았으니 90장수를 누린 분이시다. 그러나 고려말기 왕궁은 기구한 운명을 맞아 충렬왕, 충선왕, 충숙왕, 충혜왕, 충숙왕복위, 충혜왕 복위, 충목왕, 충정왕, 공민왕, 우왕, 창왕, 공양왕에 이르기까지 120여년을 원나라의 속국이 되어 충성을 다하여야 된다는 뜻에서 충(忠)자를 앞에 붙여 왕의 칭호를 쓰게하고 반드시 원(元)나라의 공주 왕후를 맞이해야 하는 불쌍없는 졸을 당하게 되었으니 어찌 통분할 일이 아니겠는가? 운곡과 동시인인 충숙왕은 3대째 오랑캐의 데릴사위였고 그뒤에는 4대에 걸쳐 충혜, 충목, 공민왕이 역시 데릴사위 노릇을 해야됐고 충숙왕은 무려 두번이나 상처했으니 세번씩이나 오랑캐의 딸과 국제 결혼을 해야되는 비운을 겪었다.

이에 자연히 국기가 흔들리고 탐관오리들은 곳곳에서 날뛰고 있는 시대상을 크게 비판하며 개혁세력으로 등장한 것 같다. 유작 시사에서 그는 운곡을 누누히 관리들의 허구성과 부정한 행위를 통렬히 비판하며 선량한 백성들의 애환을 달래려 무던히도 애썼다. 그러기에 다니는 곳곳마다 백성들이 흠모하고 존경하며 따랐고 뜻을 같이 하는 사람과 많은 교류를 나누었고 특히 삼봉 정도권과 친숙하여 애국지심을 토로하고 부당성을 일깨우며 이를 시정하려고 심혈을 경주했으니 개혁의 주체임이 분명했다. 그러기에 이전 투구하는 벼슬자리에 일체 오르지 않고 초야에 묻혀 고고한 심성을 지키기에 여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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