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에 얽힌 문화유적

이때 대사가 “너희들이 무슨 재주를 부리려느냐?”하니 “그것은 잠깐 두고 보면 압니다”라고 대답한 용들은 물속에서 날아 하늘로 치솟더니 뇌성 병력과 함께 우박같은 비를 쏟아 놓았다. 이 바람에 근처의 산·들은 삽시간에 물에 잠기고 대사 또한 물속에 빠져 죽는가 했으나 대사는 태연하게 앉았다가 비로봉과 천지봉 사이에 배를 걸어 매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동안 비를 퍼 부은 용들은 이만하면 대사가 물속의 귀신이 되었겠다고 비를 거두고 내려왔다. 그러나 뜻밖에도 대사는 배 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홉마리의 용이 다 내려오자 부스스 일어난 대사가 “너희들의 재주가 고작 그것뿐이냐. 이젠 내가 조화를 부릴 것인즉 너희들은 눈을 크게 뜨고 잘 지켜 보아라”하고 부적을 한장 그려 물속에 넣었다. 얼마 안되어 연못에서는 더운 김이 무럭무럭 오르며 크나큰 연못의 물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물속에서 더위를 참다못한 용들은 뛰어나와 한달음에 동해바다로 달아나고 말았다. 그런데 이 아홉마리의 용 가운데 한마리의 용이 눈이 멀어서 미처 쫓아가지를 못하고 근처에 있는 조그만 못으로 들어 갔는데 용들이 달아나자 대사는 못을 메우고 지금의 구룡사 대웅전을 지었다. 한번 더운 물에 쫓겨 달아나던 용들은 얼마나 다급했던지 구룡사 앞산에는 여덟개의 골이 치어 있다. 그리고 이때 미쳐 도망가지 못한 눈먼 한마리의 용은 구룡사 옆에 있는 용소에서 지난 왜정때 소화 11년까지 살다가 그해 여름장마에 하늘에 올라 갔다고 전한다.

이와 함께 거북바위에 얽힌 이야기도 구룡사의 전설에서 빼낼 수가 없다. 구룡사 근방에 호랑바위가 있고 절입구에 거북바위가 있다. 오랜 세월이 흐름에 따라 구룡사도 성쇠를 거듭했는데 한참 구룡사가 형편이 기우러져서 폐찰의 위기에 있을때 어느 도인 한사람이 절에 들렸다. 그리고 주지에게 “이절은 지금보다 더 큰 절이 될 수 있던 것이나 들어오는 길목을 거북바위가 막아서 기울어져가고 있소 그러니 주지는 그 거북바위를 파내든지 아니면등에다 구멍을 뚫어서 거북의 혈을 끊으면 절이 번창할 것이요”했다.

이말을 곧이 들은 주지는 석수를 시켜 거북바위를 쪼개 냈는데 그후로부터 더욱 신도가 줄어 들어 절은 폐찰상태에 이르렀다. 그런데 어느날 노승이 절에 찾아와서 “이절 입구에 있는 거북바위가 절의 성운(盛運)을 지켜 왔는데 그만 그 거북이 죽어버렸으니 앞으로 폐찰될 것이다. 그러나 죽은 거북을 다시 살린다는 뜻에서 절의 이름을 아홉 ‘구’(九)자 구룡사가 아니고 거북 ‘구’자 구룡사(龜龍寺)로 하면 다소 나아질 것이다” 했다. 이때부터 거북 ‘구’자 구룡사로 부르게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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