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에 얽힌 문화유적

한마디로 치악산은 문화의 보고(寶庫)이다. 겹겹이 싸인 배추포기처럼 치악산은 겹산으로 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일찍이 산 등성이 마다 계곡마다 가을철이면 붉게 단풍들어 온 산이 불타는 것 같아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불러 일으키게 하니 붉을 적(赤)자를 넣어 적악산(赤嶽山)이라 했다. 전국에 20개의 국립공원이 있는데 악(嶽)자가 들어 있는 산은 단 세곳뿐이니 설악산 치악산, 월악산뿐이다. 그러면 악(岳)자를 붙인 산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이는 산종(山宗: 큰 산악)으로서 엄위모(嚴威貌: 엄하고 위엄 있는 모양)을 말함이니 태산준령으로서 기암괴석이 즐비하고 계곡이 깊어 일명 남성산이라고도 한다. 이런 산에는 토속신앙인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여 치성을 들임으로써 영험이 솟아나고 신기(神氣)가 특출하다고 믿고 있다. 이 신비로운 적악산이 꿩에 얽힌 보은의 종소리 전설과 더불어 꿩 ‘치’(雉)자를 붙여 치악산으로 부르게 되었으니 자연경관이나 고운 단풍잎보다도 은혜를 입었으면 갚아야 된다는, 인성(人性) 심성(心性)을 더 소중히 여기는 원주사람들의 인간 존엄성을 여실히 엿볼 수 있다하겠다. 불교가 중흥하던 신라 고려때는 무려 600여개의 사찰 사암이 있었다하니 우리선조들이 치악산에 바친 정성과 마음이 얼마나 지극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 정성과 마음을 눈으로 볼 수 있는 부피가 있었다면 산보다 몇갑절 높았을 것이요, 무게를 잴 수 있다면 지금보다 무거울는지 모르겠다. 고려 공민왕은 왕자의 태를 치악산에 묻었다하니 명산임이 분명하다 조선조시대에는 치악산을 동악(東岳)이라 하여 조정에서 춘추로 향축을 내려 소사(小祠), 즉 산신제를 지낸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치악문화제가 동악단 즉 치악산인 국형사 산신각에서 치악지신이라는 위패를 모시고 제를 지냄을 시작으로 모든 행사가 거행된다. 그뿐이랴. 송강 정철선생이 강원 관찰사로 부임하면서 지은 관동별곡에도 첫머리에 “섬강(蟾江)이 어데메모 치악(雉岳)이 여기로다” 로 시작되었으며 신문학 소설가 이인직(李仁稙)이 쓴 「치악산」이 나오면서 치악산은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알려졌다.


치악산의 절경을 8경으로 나누었는데 제1경은 비로봉(飛盧逢) 미륵불탑으로 해발 1288m 높이로 강원도 경기도 충청도등 3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으며, 3개의 미륵불탑이 있는데 중앙의 탑을 ‘신선탑’, 남쪽의 탑을 ‘용왕탑’, 북쪽의 탑을 ‘칠성탑’이라 칭하는데 이 높은 산위에 탑을 세운 사연이 불가사의한 일로 오늘날까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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