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부농협 부지 3천200㎡에 10억원 투입해 신축
집하·선별·당도측정 거쳐 차별화된 농산품 출시

과수 농업인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농산물 산지유통센터(APC)가 비로소 올해 건립된다. 원주시농업기술센터는 지난 2005년 경부터 산지유통센터 건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1997년 원주농협 산지유통센터가 설치됐고, 물량규모가 적다는 이유로 번번히 탈락했다. 지난 2007년 산지유통센터 건립에 관한 농림사업 지침이 지자체 형에서 생산자단체 형으로 변경된 이후 판부농협이 신청해도 같은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이에 원주시는 국비 지원을 포기하고 도비 1억원, 시비 6억원, 판부농협 3억원 등 10억원을 들여 산지유통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 건립부지는 반곡관설동 KT강원본부 인근 판부농협 영농자재백화점 옆이다. 판부농협은 이곳에 건립부지로 3천212㎡를 이미 확보했다.

산지유통센터가 필요했던 결정적 이유는 치악산복숭아, 치악산배 등 지역 농산물이 우수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산지유통센터가 없다는 하자로 인해 판로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서다. 대형유통점들이 농산물 재배이력관리시스템 구축 및 선별기, 당도측정 등을 거친 농산물만 수매하는 추세로 바뀐 것.

이로인해 원주 농산물은 상대적으로 시장에서 저평가 되는 실정이다. 산지유통센터가 건립되면 비파괴 당도선별, 품질검사, 저온저장 등을 통해 차별화된 상품을 출시함으로써 원주 농산물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치악산복숭아, 치악산배, 치악산사과 등을 집하 선별해 포장할 예정이다.

적자 나면 누가 책임?
그러나 우려도 적지않다. 산지유통센터 운영비를 충당할 만큼의 수익이 발생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원주 과수농가를 상대로 운영한다지만 사실상 판부농협이 주도적으로 운영하게 되면 다른 지역농협들에서 순순히 산지유통센터에 조합원 농산물을 내줄 리 없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자기 조합원 납품물량 축소는 곧 해당농협 수익이 감소하는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수년 전 원주원예농협 하나로클럽에서 산지유통센터 건립을 추진하다 포기한 이유도 지역농협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적자가 발생할 경우 누가 책임을 지느냐도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 도·시비를 투입한 데다 농민을 위한 시설이므로 원주시가 적자를 보존할 경우 다른 농업분야에 투자될 농업예산이 축소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게 일부 농가들의 주장이다. 치악산배원주시협의회 이진형 회장은 "충분한 물량 확보방안, 적자 대비책을 미리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용 기자  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