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밤11시경 개표장에서 꽃다발을 받은 박우순 당선자와 부인 남궁주 여사.

투표율 28.7%…전체투표자의 43% 획득
4번째 도전만에…소탈한 성격 표심 자극

7.28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 박우순 당선자는 선거 초반부터 우세가 점쳐졌다. 6.2 지방선거에서 거세게 불어닥친 '야풍'이 여전히 건재했기 때문이었다. 6.2 지방선거에서 원주의 표심은 여당 일색이었던 도지사, 시장, 도의원을 일제히 야당으로 교체했다. 시의원도 여야를 11:11의 절묘한 구성을 이루도록 했다.

그러나 선거 중반 이후에는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한나라당 이인섭 후보와 무소속 함종한 후보가 매서운 속도로 추격하면서 예측불허의 혼전양상을 띠었기 때문이다. 당시 박우순 당선자의 선거캠프에서는 보궐선거 특성 상 투표율이 낮을 경우 당선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보수 성향의 농촌 및 노년층은 투표율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민주당이 불리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박우순 당선자는 관내 25개 읍면동 중 고령화지수가 가장 높은 부론면과 귀래면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모든 읍면동에서 다른 후보를 앞서는 득표를 했다. 6.2 지방선거에서 불었던 야풍이 여전히 힘을 발휘한 데다 '이광재 동정론'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선거운동 내내 이광재 이름은 힘을 발휘했다. 불법정치자금 수수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도지사에 취임하자마자 직무가 정지된 이광재 도지사에 대한 동정론이 바람을 일으킨 것. 박우순 당선자도 당선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이광재 도지사를 지켜야 한다는 민심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 지난달 28일 밤9시가 조금 넘은 시각. 박우순 후보 선거사무실에 모인 지지자들이 개표가 유리하게 진행되자 박수를 치며 기뻐하고 있다.

3전4기의 뚝심있는 도전도 당선의 밑거름이 됐다. 박우순 당선자는 15·16·18대 총선에 출마해 낙선한 뒤 이번이 4번째 도전이었다. 17대 총선에는 자민련에서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변경하는 바람에 입후보하지 못했다. 당적을 변경하지 않았다면 이번이 5번째 도전이었을 것이다. 잇따른 낙선에도 불구하고 끈기있게 도전하면서 얼굴을 알린 게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원주고등학교를 1년간 다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퇴 후 대입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에 들어간 뒤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력을 보더라도 그의 굳은 의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소탈한 성격으로 매사 탈권위적인 인간성이 표심을 자극했다는 분석도 있다. 박우순 당선자는 평소에도 상대방의 지위에 개의치 않고 한결같이 부드러운 품성으로 대하며 좋은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이인섭 후보와 함종한 후보의 결정적 패인은 두 후보의 이미지가 겹친다는 점이었다. 이인섭 후보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이미지 때문에 보수 성향으로 분류됐고, 경력 및 경륜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됐던 함종한 후보 역시 보수 성향의 표심을 자극하면서 보수진영의 표가 분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선거인수 23만4천761명 중 6만7천447명이 투표해 28.7%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무효표를 제외한 유효표 6만7천447표 중 박우순 당선자는 43.1%인 2만8천970표를 획득했다. 이인섭 후보는 2만1천491표(31.9%), 함종한 후보는 1만6천707표(24.8%)를 얻었다.

이상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