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엔 막국수를 먹기 위해 방문한 손님들이 그야말로 장사진을 이뤄 대기표를 손에 들고 기다릴 정도. 손님을 빈자리로 안내하고,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날라다 상차림을 하는 직원들의 움직임이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일사불란하다.

40년 가까이 막국수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남경막국수. 지금은 손자인 방주영(28) 씨까지 합세해 3대째 대를 잇고 있다. 사실 원주에서 남경막국수를 빼놓고는 막국수를 이야기 할 수 없다. 원주뿐만이 아니라 인접 도시인 제천이나 여주, 심지어 서울에서도 막국수를 먹기 위해 일부러 이곳을 찾아오는 마니아들이 늘고 있다.

시어머니 김정옥(75) 여사가 학성동에서 막국수 집을 시작한 것이 남경막국수의 발단이다. 오랜 세월 일일이 반죽을 해 면을 뽑고, 정성 들여 소스를 만들고 육수를 내다보니 손가락 관절 마디마디 성한 곳이 없다.

그렇지만 그 힘든 일을 해 왔으면서도 표정이 밝아 전혀 고생한 적이 없는 것처럼 곱다. 돈을 벌기위해 막국수 집을 시작했지만 우선순위에 돈을 두지 않았던 결과가 세월이 흐른 지금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재료 선택에 과감하다. 채소 한 가지라도 싸구려를 쓰지 않는다. 재료비를 아껴 이익을 남기고자 하는 마음이 조금도 없다. 그래서 국산재료를 100% 사용하고, 조금이라도 흠집이 있는 것들은 가차 없이 버린다.

주방에서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별나다고 할 만큼 위생관리도 철저하다. 요리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홀 직원일지라도 주방에 들어와 기구를 만지기 전엔 꼭 손부터 씻어야 한다. 편육에 함께 나가는 상추만 보더라도 그렇다. 한 겹 한 겹 흐르는 물에 말끔하게 씻기 때문에 대충 물에 집어넣었다가 건져내는 일반적인 음식점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6시간 이상을 꼬박 서서 육수가 다려지는 것을 지켜보고, 칼칼하고 시원한 맛을 내기 위해 열무동치미를 담글 때에도 절대 남의 손을 빌리지 않는다.

남다른 손맛을 갖고 있는 며느리 박순분(52) 무실점 대표는 응용력까지 뛰어나 어떤 음식이든 자신만의 것으로 재탄생 시키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같은 재료로 김치를 담가도 박 대표 손을 거친 김치 맛을 아무도 따라하지 못한다. 박 대표 음식솜씨는 옆에서 늘 지켜보던 시어머니가 인정했다. 하지만 며느리는 그 옛날 시어머니가 만든 막국수를 맛있게 먹어 본 사람들이 단골을 이루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됐다며 그 모든 공을 시어머니에게 돌린다.

시원한 물막국수가 주 메뉴이지만 열무동치미 막국수는 칼칼하면서도 톡 쏘는 특유의 맛 때문에 인기다. 모든 막국수는 별도의 소스에 면을 비빈 다음 육수를 붓는 것이 특징. 그래서 면에 소스 맛이 적당히 배어 남다른 맛이 난다.

점심시간엔 대부분 막국수 한 그릇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곳에선 유난히 편육 주문이 많다. 야들야들하게 삶은 편육과 매콤하게 무친 콩나물, 무말림 무침을 상추나 절인 배추에 새우젓이나 쌈장과 함께 싸 입에 넣으면 아삭아삭한 콩나물과 편육이 어우러져 감칠맛이 난다. 이렇게 소스와 육수, 면의 변함없는 맛을 유지하기 위해 박 대표는 아침에 주방에 들어가면 나오질 않는다.

남경막국수는 학성동과 무실동 두 곳에 딸과 사위,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자까지 온 가족이 올인했다. 지금껏 지켜왔던 원칙을 깨뜨리지만 않는다면 원주를 대표하는 막국수 집의 대가로 대를 잇게 될 것이다. 이들 가족의 부단한 노력으로 경기도 분당과 부산에 있는 분점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 ▷문의: 766-3396(남경막국수 무실점), 732-2716(학성동 본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