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에 1만명 저장…꾸준한 인맥관리

민주당 원창묵 시장 당선자의 부인 김문숙 여사는 남편의 이번 출마를 극구 말렸다. 2002년, 2006년 도전에서 실패한 후유증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남들 앞에 나서기를 꺼리는 김 여사의 평소 성격도 만류한 이유 중 하나였다. 김 여사는 원 당선자의 출마를 허락하는 조건으로 하루 2시간만 선거운동을 도와주기로 했으나 막상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혼신의 힘을 보탰다.

아내를 설득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는 원 당선자는 그러나 이번 선거 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2번 실패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고, 이 기간동안 쌓은 인맥이 매우 두터웠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원 당선자의 휴대전화에는 약 1만명의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다. 원 당선자는 이들 모두를 특별한 관계로 만드는 방식으로 관리해 왔다.

선거대책본부 구성원들은 선거 경험이 별로 없는 아마추어 급이었다. 80명까지 고용할 수 있는 선거운동원은 75명만 채용했고, 선거비용 또한 최고한도인 1억9천700만원에 훨씬 못미쳤다고 한다. 다른 후보자들은 선거 중반에 이르러 현수막을 새 것으로 교체했으나 원 당선자는 그대로 유지했다.

선거사무소인 단구동 동보노빌리티 아파트 벽에 걸려있는 대형 현수막도 예비후보자 시절 건 것을 계속 썼다. 2번의 낙선에 재산이 크게 축났고,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그가 운영하는 건축사사무소의 일감이 줄어 선거비용 마련이 쉽지않은 이유도 있었다. 다른 한편으론 그 만큼 이번 선거는 자신이 있었다는 얘기다.

원 당선자는 이번 선거결과를 현 시정에 대한 심판으로 판단했다.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나는 데도 불구하고 원주시가 공영개발로 택지개발에 앞장서는 등의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는 것. 그런 점에서 도시공학·도시설계 전문가로써 꿈의 도시로 불리는 브라질 꾸리찌바 시에 버금가는 원주시는 설계하겠다는 원 당선자의 공약은 적중했다고 볼 수 있다. 분당-여주 간 수도권전철을 원주까지 연장하겠다는 대표공약도 이를 통한 인구유입으로 도시발전과 미분양 아파트를 해소시킨다는 전략을 깔고 있다. 이 공약은 민주당 이광재 도지사 당선자도 채택하면서 앞으로 강원도와 원주시가 공조체제를 이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한번 쯤은 비 행정가에게 시정을 맡겨 혁신적 변화를 꾀할 시기가 됐다는 민심이 표심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나라당 원경묵 후보의 패인을 시정과 의정을 크게 다르게 보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 한다. 비록 무소속이지만 현직 시장의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출마한 김기열 후보의 득표율이 13.5%에 그친 것도 같은 이유이다.

김기열 후보가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하며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은 원 당선자에게 큰 반사이익이 됐다. 한나라당 성향의 지지자들이 원경묵 후보와 김기열 후보로 나뉘면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선거구도가 형성된 것. 게다가 원 당선자는 민주당 고정표와 폭넓은 인맥, 여기에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수성하며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라는 점을 깊이 각인시킨 것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 바람'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민주당 이광재 도지사 당선자의 '이광재 바람'은 시장선거 뿐만 아니라 도의원, 시의원, 정당투표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선거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읍면지역 득표율(41.6%)에 비해 동지역 득표율(48.3%)이 훨씬 높게 나온 점이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이다.

원경묵 후보자의 출신지역인 지정면과 호저면, 부론면, 신림면에서 원경묵 후보에게 뒤진 것을 제외하곤 모두 우위를 점한 부분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이같은 폭넓은 지지도는 민선5기를 열어갈 원 당선자에게 힘을 실어 변화를 시도할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원 당선자는 본인이 제시한 공약 중 상당수는 시정에 등을 돌린 민심을 헤아리는 데서 출발했다고 한다. 시민들이 불편·부당하다고 여기는 민원을 개선할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공약을 발굴했다는 것. 앞으로의 4년은 그에겐 큰 시험무대이다. 공약이 제대로 지켜지는 지를 31만 원주시민이 지켜볼 것이기 때문이다.  　

도의원선거, 민주당 싹쓸이

도의원 선거는 2006년과 정반대로 민주당이 모든 선거구에서 승리를 거뒀다. 또한 5명이 출마한 1선거구를 제외한 나머지 선거구에서 시의원 정당 득표율과 비슷한 지지율을 보여 개인보다는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경향이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도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싹쓸이 하면서 모든 당선자가 초선의원으로 도의회에 입성하게 됐다. 나이도 30대 1명, 40대 4명으로 젊은층(평균연령 42.6세)으로 물갈이 됐다.

특히 도내에서 가장 많은 도의원을 보유하게된 원주시 도의원이 모두 민주당으로 채워진 것은 민주당 출신의 이광재 도지사의 도정운영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의원선거, 인지도가 좌우(?)

유권자의 관심도가 낮아 선거운동에 애를 먹었던 교육의원 선거는 원주교육장 출신인 이문희 후보가 당선됐다. 이문희 후보가 당선된 것은 3명의 후보 중 유일하게 원주출신인데다 원주교육장과 원주고 교장을 거치면서 타 후보에 비해 인지도가 높은 것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원주출신으로 유일하게 교육감 선거에 도전했던 조광희 후보는 원주에서 3만9천여 표를 득표하며 분전했지만 1위 민병희 후보와 26.2% 차이를 보이며 3위에 그쳤다.

원주투데이 합동취재반

원주투데이 합동취재반  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