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했던 봄이 예년 기온을 회복하면서 본격적인 막국수 계절이 돌아왔다. 할머니로부터 대를 물리며 막국수 집을 운영하고 있는 '진부유명막국수(대표: 정세화)'에도 "시원한 막국수 주세요"라며 주문하는 목소리들이 날로 많아지고 있다. 예년 같으면 3월말부터 막국수가 시작되지만 올 해는 날씨 탓에 한 달 정도 늦었다.

진부 오대산 입구에서 정 대표 할머니가 시작한 '진부유명막국수'는 어머니 이상순(64) 씨가 물려받아 운영하다가 지금은 정 대표의 형이 이어가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정 대표는 고교시절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아 한림대에서 요리를 전공했고, 학교를 졸업하면서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이곳 개운동 물레방아거리에 지난 2007년 터를 잡게 되었다. 도심이 이동되면서 단관택지로 상가들이 많이 떠난 상태지만 진부유명막국수는 조금씩 단골이 늘어나기 시작해 지금은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다.
　
어머니와 아내가 일손을 돕는 모습도 보기 좋다. 조금이라도 허점이 보이면 초심을 잃지 않도록 따끔하게 나무라는 어머니의 가르침과 어머니의 가르침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정 대표 부부의 마음자세가 음식점이 자리 잡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시원한 물 막국수(5천원)는 진한 육수와 아삭아삭 씹히는 살얼음이 어우러져 막국수의 제 맛을 낸다. 소머리를 삶은 물에 간장으로 간을 맞추는 것이 비법이다. 그래서인지 육수의 진하고 깊은 맛이 입 안 가득 느껴진다. 쫄깃쫄깃한 면발위에 하얀 무 김치를 얹어 먹으면 궁합도 잘 맞는다. 진부에서 활용하던 가자미 식혜를 원주사람 입맛에 맞게 무 식혜로 변형시킨 것에서도 정 대표의 센스가 돋보인다. 내륙지방 사람들이 비릿한 맛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눈치 채고 가자미 대신 말린 무를 넣고 좁쌀이 아닌 밥을 지어 삭혔다. 원래 식혜는 편육(1만원) 쌈용으로 나가는 것인데 손님들 반응에 힘입어 아예 기본 반찬으로 내 놓는다. 비빔 막국수(5천원)는 주방에서 아예 비벼서 나오는 것도 특이하다. 새콤달콤한 맛과 시원함이 주요한 맛을 이루는 것이 막국수인지라 먹는 사람이 맛을 조절해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주방에서 면을 삶아 씻은 다음 바로 비비면 면에 양념이 잘 배여 더 나은 맛을 낸다는 것이 정 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식성에 따라 새콤하고 매운맛을 더 첨가 할 수 있도록 식탁위에는 식초와 고추냉이소스를 올려놓았다.

금방 시드는 채소종류는 풍물시장을 이용하고 배추나 무 등 김장용 재료, 고춧가루와 같은 저장용 재료는 진부에서 형님이 지은 농산물을 100% 이용한다. 정 대표는 "김장철이 되면 아예 진부 형님네 집에서 고랭지 배추로 김장을 담아가지고 온다"고 말했다.

추석이 지나고 찬바람이 불면 꿩만둣국(5천원)을 한다. 배추를 절이고 꿩고기를 갈아 만두 속을 만든 다음 밀가루를 반죽해 만두피를 준비하고 온 식구가 둘러 앉아 만두를 빚는다. 그래서 만두 단골손님도 많다. 손수 빚은 만두를 먹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된 만둣국을 먹기 위해서 이곳을 찾는 것이다.

메뉴는 물막국수와 비빔막국수, 식혜편육, 소머리국밥, 꿩만둣국이 있고 오전10시30분부터 오후9시까지 문을 연다. ▷문의: 762-9792(진부유명막국수)

임춘희 기자 h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