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가지런히 놓인 화분이 눈길을 끈다. "칼국수 집에 웬 화분이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광명 손·장칼국수 식당(대표: 이중수·이금자 부부)에 들어서면 주인장의 세심한 손길 덕분에 싱그런 화초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칼국수를 만드는 일이 제 적성에 딱 맞는 일이예요"라며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 자부심을 내보이는 이 대표에게서 평범함 속에 남다른 그 무엇이 느껴진다. 가게가 쉬는 날이면 지정면 가곡리에 있는 본가로 달려가 부모님과 함께 직접 농사를 짓는다. 농약을 쓰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지하수로 키운 고추, 파, 시금치, 아욱 등 채소들이 향도 그윽하고 싱싱하기 그지없다. 그러다보니 한 여름 채소 생산량이 많을 시기에는 원하는 손님에게 봉지에 담아 채소를 팔기도 한다. 유기농 채소를 만난 손님은 행운을 잡은 듯 만족스러워하고 채소 값은 본가 어머니 용돈으로 드린다.

이 부부는 식물을 키우는데 일각연이 있는 듯하다. 채소든 화초든 이들 부부 손에서는 쑥쑥 싱싱하게 잘 자란다.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화초를 가꾸는 것처럼 정성을 쏟는데 맛이 없을 수가 있겠는가. 음식의 맛은 음식을 하는 이의 마음자세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이들 부부를 보면 알 수 있다.

아무리 바빠도 그날 사용할 육수는 아침마다 끓이고 제대로 된 김치 맛을 내기위해 매일 겉절이를 담근다. 직접 지은 농산물을 사용하다보니 유통기한도 최대한 줄일 수 있고, 양념도 늘 넉넉해 아낌없이 사용한다. "지난 주말에는 장 담그느라 분주했다"며 "재료를 젓느라 팔이 아프다"고 말하는 이 대표의 표정에선 힘든 것 보다는 만족스러움이 더 크게 보인다. 그렇게 담근 장은 지금 양지바른 곳에서 맛있게 숙성되고 있다.

싱싱한 채소와 매실엑기스, 참기름, 들기름 등의 좋은 재료만 있으면 화학조미료나 설탕은 필요없다. 파뿌리와 황태머리, 멸치, 다시마, 표고버섯으로 푹 끓여 우려낸 육수에 된장을 풀고 감자를 듬뿍 넣어서 국물 맛이 깊다. 콩가루를 살짝 넣어 반죽한 고소한 면발과 시금치, 얼갈이배추, 아욱 등의 채소 건더기 맛이 잘 어우러진다.

남은 국물에 공기밥 말아먹는 맛도 일품. 공기밥은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양이 많은 사람은 미리 말하면 칼국수를 넘치도록 담아준다. 하나도 남김없이 그릇을 싹 비운 손님이 돌아가면서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라며 인사를 하는 순간에 모든 시름이 다 사라진다고 한다.

평소에 땀이 잘 나지 않는 사람도 이곳에서 쫑쫑 다진 고추를 듬뿍 얹은 장칼국수 한 그릇 먹고 나면 콧등에 땀이 송송 맺힌다. 태양초 고춧가루로 버무린 겉절이와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면서 먹는 장칼국수(4천500원)는 두말이 필요 없다. 올해는 궂은 날씨 탓에 아직까지 겨울메뉴인 만둣국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더위가 시작되면 만둣국 대신 서리태를 갈아 시원하게 말아내는 콩국수 맛을 기대해도 좋을 듯.

저녁 안주 메뉴는 예약제인데 제육·오징어볶음과 골뱅이무침은 1만5천원, 도토리묵 무침은 5천원이다.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앞이 공원이다. 공원벤치에 앉아 자판기 커피로 후식을 즐겨도 좋다. 단구동 남원주초등학교 맞은편 보라공원 앞에 위치. 오전11시부터 오후9시까지 영업하며 둘째·넷째주 일요일은 휴무.

▷문의: 761-9533(광명손·장칼국수)
임춘희 기자h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