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정서에 안좋은 내용
사전에 공연 보지않고 유치

"어린아이들에게 이런 공연을 보라고 권장하다니 원주시 공무원들이 제정신입니까?" 지난 14일 치악예술관에서 열린 한국·체코 수교 20주년 기념 인형극 '돈 지오반니'를 6살, 10살 자녀와 함께 관람한 한 주부의 관람평이다.

이 공연은 원주시가 2천만원을 들여 유치한 기획공연으로, 원주시는 관내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에 공문을 보내 관람을 권유했다. 원주시 기획공연인데다 관람료도 인터넷 예매 5천원, 현장판매 7천원으로 저렴해 객석이 가득 메워졌다. 인형극이란 홍보에 전체 관객의 60% 가량은 어린아이들이었다. 7세 이상부터 관람토록 돼 있었으나 사실상 입장에 연령제한은 없었다.

그러나 공연이 끝난 후 혹평이 이어졌다. 부자에 잘생긴 외모까지 지닌 바람둥이 주인공이 끊임없이 여성을 유혹하다 결국 벌을 받는다는 줄거리 때문이었다. 체코식 유머가 우리네 정서와 맞지않을 뿐만 아니라 특히 아이들에게 좋지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공연이 체코어로 진행되며 한글자막이 제공됐으나 한글을 모르는 아이들은 공연에 집중하지 못하고 금세 싫증을 내며 게임기나 부모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느라 다른 관객들을 방해하기도 했다. 체코 현지에서 이 인형극을 관람했다는 한 대학생은 "아이들을 위한 인형극이 아닌데 어린이 관객이 많아 의아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주시 관계자는 "중학생 이상부터 관람토록 제한했어야 했는데 사전에 공연을 보지않은 상황에서 유치를 결정해 이같은 문제가 빚어졌다"면서 "앞으로 진행되는 기획공연은 반드시 확인 후 유치하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상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