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읍면지역 입구마다 내걸린 현수막.

지난 10일 문막 톨게이트 앞 사거리에 '여기는 원주군 문막읍입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얼핏보면 대수롭지 않은 문장인데 다시 보면 뭔가 이상하다. 행정구역 표기가 잘못 된 것. 제대로 쓴다면 '원주시 문막읍'이라고 표기됐어야 하는데 '원주군 문막읍'이라고 적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같은 현수막이 문막읍 외에도 지정면, 소초면 등 읍면지역 진입도로 마다 내걸렸고 한결같이 '여기는 원주군 00면입니다'로 되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도대체 누가 행정구역을 잘못 표기한 현수막을 읍면마다 내걸었을까. 알고보니 읍면별 농업경영인회가 6.2지방선거 선거구 조정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행정구역을 바꾼 것이다.

농업경영인회는 선거구 조정으로 읍면지역 출신 시의원이 대폭 감소할 처지에 놓이자 삭발까지 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자 원주시와 원주군이 통합하는 바람에 읍면지역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판단, 무언의 항의차원에서 이같은 현수막을 기획한 것.

하지만 이 현수막들은 내걸린지 하루만에 원주시에 의해 모두 철거됐다. 명분은 불법현수막 철거 차원이지만 원주시에 대한 항의로 받아들여 강제철거한 것으로 보인다.

신기영 농업경영인원주시연합회 회장은 "이번 선거구 조정은 농촌지역 특수성과 대표성을 전혀 감안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며 "이런 방식으로 선거구를 조정한다면 시·군통합 이전이 더 낫다는 뜻을 재미있게 표현하려 했던 것이었는데 강제철거해 아쉽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선거구 문제는 헌법소원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바로잡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이번 선거구 조정에 대해 농촌지역이 반발하는 것은 선거구 변경으로 농촌지역 출신 시의원의 대폭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 실제로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시의원 선거구를 읍면지역만 별도로 묶어 읍면지역 출신 시의원이 8명 당선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읍면지역과 동지역을 한 선거구로 묶는 바람에 3~5명밖에 당선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주시 시의원 선거구는 오는 25일 열리는 도의회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박동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