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한 총각이 손수 순대를 만드는 '총각순대(대표: 김경래)'에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로 북적인다.

시장골목에서 간식으로 사 먹던 순대가 김 대표의 손을 거쳐 깊은 맛을 내는 당당한 메뉴로 탄생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대위에 새우젓을 살짝 올려 입에 넣으면 야들야들한 감칠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우는 전통순대. 병천 순대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구수하고 속이 꽉 찬, 잡냄새 0% 무결점 순대를 30대 초반의 김 대표가 만들어 낸 것이다.

김 대표는 "돼지 내장과 머리 등을 깔끔하게 손질하는 것이 순대 맛은 결정하는 결정타가 된다"며 "지금의 맛을 내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이런 김 대표가 순대 전문가가 된 것은 직장생활을 하던 중 우연히 중앙시장에서 순대를 먹다가 순대 장사를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 발단이 됐다.

마음씨 좋은 순대집 사장님으로부터 순대를 손질하고 만드는 과정을 일주일 동안 배운 다음, 순대볶음으로 유명한 안양과 동대문 시장을 돌아다니며 비법을 익혔고 거듭된 연습을 통해 한 가지씩 메뉴를 개발하고 늘려 가다보니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전골이나 순대국밥에 들어가는 육수도 직접 개발했는데 사골과 함께 김 대표만의 비법으로 푹 고아 구수하고 담백해 국물만 먹어도 맛있다. 그래서 순대국밥이라는 이름이 주는 소박함과 맛은 상반된다.

순대국밥에 콩나물을 넣은 것도 이색적인데 콩나물에서 우러나온 시원함이 구수한 육수와 어우러지고 들깨가루로 맛을 살렸다. 김 대표가 대표 메뉴로 꼽는 순대곱창전골은 양이 푸짐하면서도 저렴해 손님들이 즐겨 찾는 메뉴이기도 하다. 그래서 식사나 안주로 가장 많이 선택되기도 한다.

머리 수육은 삶은 돼지머리를 부위별로 모두 맛 볼 수 있는데 살짝 데친 부추와 함께 먹으면 제격이다. 보양식으로 소문이 나면서 마니아들이 늘고 있다고. 여성들이나 젊은 층이 주로 찾는 순대볶음은 매운 맛과 순한 맛으로 구별돼 있어 원하는 맛을 선택하면 되고 안주로 좋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서비스해주는 '간'도 퍽퍽하지 않은데다 쫄깃쫄깃해 몇 번씩 추가로 달라고 하는 손님이 많다. 또 총각이 담근 김치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김치도 제 맛이다. 아삭아삭한 무를 썰어 만든 깍두기는 적당하게 숙성시켜 탄산음료처럼 톡 쏘는 개운한 맛을 내고 절인 배추도 갖은 양념으로 능숙하게 버무렸다.

메뉴는 전통순대(중 6천원·대 1만2천원), 순대국밥(4천500원), 내장국(5천500원), 순대곱창전골(대 2만3천원·중 1만6천원·소 1만1천원), 머리 수육(대 1만원·소 5천원), 편육(1만원), 순대볶음(2인 1만2천원) 등이 있고 오전10시30분부터 오후10시30분까지 문을 연다. 봉산동으로 들어가는 치악교를 건너 예그랑유치원 뒤에 자리해 있으며 가게 옆에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김 대표는 "하루 쓸 분량의 재료만 구입해 매일 다 소비하기 때문에 늘 재료는 신선하다"며 "지금은 눈대중으로 양념을 사용하지만 1년 정도 레시피를 잘 정비해서 내년에는 분점을 낼 생각"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주방의 주인은 이제 여자나 경험 많은 나이 지긋한 주방장에 국한돼 있지 않다. 또 여러 가지 요리 자격증이 성공한 요리사의 필수 조건이 아니다. 다만 음식에 대한 관심과 애정, 그리고 장사이상의 경영 철학을 가진 무한한 자기개발을 추구하는 누군가의 몫이라는 것을 젊은 김 대표가 증명하지 않을까. ▷문의: 748-3822(총각순대)

임춘희 기자 h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