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가 시의회를 상대로 제기한 혁신·기업도시 편입지역 주민지원 조례안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지난달 15일 대법원은 원고청구를 기각했다. 지난달 19일 대법원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판결문을 공개했으며 원주시의회는 지난달 28일 조례를 공포했다. 이로써 김동희·한상국 의원의 조례발의 후 2년여에 걸친 논란은 종결됐다. 대법원은 어떤 이유로 원주시 청구를 기각했을까?
　
합리적 이유 있는 차별, 평등에 부합

원주시는 조례안이 혁신·기업도시 주민들에 대해서만 지원대책을 수립·시행하도록 규정해 원주시 내 다른 공익사업에 따른 주민을 합리적 이유없이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에 대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국민이나 주민을 수혜 대상자로 해 재정적 지원을 하는 정책을 실행하는 경우 그 정책은 재정 상태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제도의 단계적인 개선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할 수 없다면 모든 사항과 계층을 대상으로 동시에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제도의 개선도 그 시행이 불가능하다는 결과에 이르게 돼 불합리할 뿐만아니라 평등의 원칙이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다시말해 모든 공익사업 편입지역 주민을 동시에 지원하는 게 재정 여건상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우선 순위를 정해 선택적 지원을 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은 평등의 원칙에 반하지만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차별은 평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균등한 행정 혜택은 추상적 개념

원주시는 또한 조례가 담고 있는 내용 중 '무주택인 세대주로서 시장이 정하는 요건을 충족하는 혁신·기업도시 주민에 대해서는 임대아파트 등의 임대 보증금을 2천만원 이내에서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 '주민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균등하게 행정의 혜택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는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행정적 혜택을 균등하게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것은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규정이며, 이 규정에 의해 주민에게 구체적이고 특정한 권리가 발생하는 게 아닐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에 대해 균등한 행정적 혜택을 부여할 구체적인 법적 의무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므로 조례에 따라 주민 가운데 일정 조건에 해당하는 일부 주민이 지원을 받는 일이 발생했더라도 이는 지방자치법을 위반한 것이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원주시는 또한 보증금 2천만원을 지원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 공익을 현저히 해하고 예산상 집행할 수 없는 경비가 포함돼 위법하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공익을 현저히 해하거나 예산상 집행상 집행할 수 없는 경비가 포함돼 있더라도 이는 재의요구 사유에 불과할 뿐이다"라고 밝혔다.
　
법률 위임없어도 조례제정 가능

'주민생계회사가 법령에서 정하는 자격요건을 충족할 경우 혁신도시 및 기업도시 건설과 관련해 시가 직접 추진하는 주민고용센터와 고향관 건립 사업 등에 한해 주민생계회사에 위탁해 시행할 수 있다'는 조례 내용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위법하지 않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방자치단체는 그 내용이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거나 벌칙에 관한 사항이 아닌 한 법률의 위임이 없더라도 그의 사무에 관해 조례를 제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방자치법에 따라 주민의 권리·의무와 직접 관련되지 아니하는 사무를 법인·단체 또는 그 기관이나 개인에게 위탁할 수 있다"며 "주민고용센터와 고향관 건립 등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로서, 주민의 권리·의무와 직접 관련되는 사무로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주민생계회사에 위탁해 시행하는 것 역시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시장이 혁신·기업도시 공동사업 시행자와 협의해 지구 내에서 시행되는 토목, 건축 등 각종 사업에 주민생계회사의 참여를 보장하는 양해각서(MOU) 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선언적 규정에 불과하고 강제력이 없어 위법하지 않다고 봤다.
　
기금조성·지원, 공익상 필요한 경우 해당

혁신·기업도시 주민의 소득향상과 복리증진을 위해 주민생계회사에 5년 동안 매년 2억원씩 모두 10억원의 기금을 지원하는 것도 대법원은 지방자치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혁신·기업도시 건설로 발생하는 이주민들에 대한 지원은 이주 주민의 복리를 위해 행정상 또는 공익상 필요한 경우에 해당된다"며 "기금조성은 혁신도시법과 기업도시법에서 규정한 주민 지원대책에 해당돼 법률 규정에 근거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금운용과 조례제정은 별개 문제

원주시는 시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주민생계회사에 지원할 기금을 조성하는 조례를 제정한 것은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동의 없이 기금운용계획안의 주요항목 지출금액을 증액하거나, 새로운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한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 제8조 제3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조항은 매 회계연도에 지방자치단체장이 기금운용계획을 수립해 이를 세입·세출예산안과 함께 지방의회에 제출해 의결을 얻어야 하는 경우에만 적용될 뿐, 행정목적을 달성하거나 공익상 필요에 의해 특정 기금의 설치나 운영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조례로 제정하는 경우에까지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기금운용과 조례제정은 별개라는 해석이다.

결국 이번 대법원 판결은 지방의회의 조례제정 범위가 상당히 넓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지방의회가 조례제정 등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면 집행기관인 시는 이를 근거로 집행을 하면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김선기 기자 sk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