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 시행 두고 논란 예상
유사 조례요구 이어질 듯

원주 혁신 및 기업도시 편입지역 주민지원 조례안이 적법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지난 15일 원주시가 시의회를 상대로 낸 혁신·기업도시 편입지역 주민지원 조례안 재의결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조례안 중 단 한가지 내용이라도 적법하지 않으면 조례안은 무효가 된다. 따라서 대법원이 원주시 청구를 기각했다는 것은 조례안 모든 내용이 적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주시는 소장을 통해 "조례안은 혁신·기업도시 편입지역 주민에게만 지원대책을 수립·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원주지역 내 타 공익사업에 따른 협의취득, 수용 대상자를 차별대우하는 것이어서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치단체장의 의견을 반영하지 아니하고 예산의 지원액이나 기금의 출연규모를 정한 것은 자치단체장의 전속적 권한인 예산 편성·집행권을 의회가 침해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시는 보상금 실수령액이 5천만원 이하인 주민에 대해서 임대아파트 임대보증금을 2천만원 한도에서 전액 지원할 수 있다는 조례안 내용 역시 재정 여건상 어려움이 있고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와 같은 원주시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고 지방자치법이나 지방재정법 등에 어긋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상위법에서 규정한 지원 내용 이외에도 자치단체가 별도로 지원대책을 수립·시행하는 것은 무방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이 원주시 청구를 기각함에 따라 조례안은 판결문 도착 후 5일 이내에 공포해야 한다. 따라서 이제는 조례를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보상금 실수령액이 5천만원 이하인 주민에게 임대보증금 2천만원을 지원하는 내용과 각종 건설공사를 주민생계회사에 위탁·시행하는 내용은 임의규정으로 돼 있다. 하지만 고향관 건립과 혁신·기업도시 주민생계회사에 5년 동안 매년 5억원씩 25억원의 기금을 지원하는 내용은 "할 수 있다"가 아니라 "한다"라고 돼 있다. 따라서 고향관 건립과 기금 지원은 원주시가 피해갈 수 없다. 문제는 어떻게 예산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할 계획"이라며 "조례시행을 위해서는 예산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경묵 시의회 의장은 "집행기관은 대법원 판결을 겸허히 받아드려 조례에서 규정한 지원내용이 실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시행을 미루거나 해태하는 것은 민의와 법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혁신·기업도시 조성사업이 추진되는 타 지역뿐만 아니라 각종 개발사업을 하는데 있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개발사업 추진에서 유사 조례 제정 요구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개발사업에 대한 '속도조절론'도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별 개발사업 지원조례가 아닌 '공익사업 편입지역 주민지원조례안' 등이 제정될 가능성도 있다.

김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