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위 결정사항은 '재단 출범후 이사회서 선정'

　원주문화재단 창립총회가 절차상의 문제로 무산된 가운데 원주시가 임의로 3명의 선임직 이사를 선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문화재단 출범까지 산파역할을 맡은 원주문화재단 추진위원회는 이사장과 상임이사를 포함, 15명 이하로 재단 임원을 구성키로 하고 이중 당연직인 시장과 당해 업무담당 국장, 시의회 소관 상임위원장을 제외한 8명의 선임직 이사를 지난 9월 공모를 통해 선정, 발표했다. 이사회 의결을 거쳐 이사장이 임면하거나 공개채용하는 상임이사를 제외하면 3명의 이사가 공석으로 남게 된 것. 추진위원회는 공석인 3명을 재단이 출범한 후 이사회가 추천해 선정토록 했지만 원주시가 추진위의 결정과는 달리 임의로 3명을 선정해 파장이 일고 있다.

　원주시는 "이사 3명에 대한 추가 선정은 추진위원회가 당연직 이사장인 시장에게 위임한 상황"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추진위원들의 설명은 다르다.

　추진위원으로 활동한 A 씨는 "선임직 이사 3명 몫을 남겨둔 것은 추진위원회에서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고, 문화재단 운영 과정에서 특정 분야 전문가의 필요성이 대두될 수 있겠다는 판단으로 추후 이사회가 추천해 결정하도록 했던 것이지 집행부가 임의로 선정하라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며 "창립총회가 열리기도 전 원주시가 임의로 이사를 선정한 것은 추진위의 결정을 무시한 것은 물론, 집행부와 교감되는 인사들로 이사회를 채우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K 위원과 Y 위원, 또 다른 K 위원까지 3명의 추진위원도 A 위원과 같은 지적을 했다. 이는 집행부가 추진위원회 결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공모를 통해 선임직 이사로 선정된 K 씨도 "공석인 3명의 이사에 대한 추천요구가 있을 것을 염두해 추천대상자까지 고민하고 총회에 참석했는데, 집행부가 이사 3명을 선정했다는 것을 알고 황당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논란의 여지는 이 뿐만이 아니다. 논의 과정에서 추진위원들간에 이견이 있기는 했어도 추진위원회는 시의회 몫의 당연직 이사를 소관 상임위원회 위원장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날 원주시가 밝힌 발기인 명단에는 소관 상임위원장이 아닌 J 의원의 이름이 올라 또다른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J 의원은 이날 총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원주시와 일부 추진위원은 당연직 이사를 소관 상임위원장으로 제한할 경우 행정규제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추진위에서도 검토 후 규제대상이면 '시의회 추천위원'으로 하기로 합의된 부분이라고 부언했다. 그러나 이 부분에 있어서는 추진위원들간에도 "논란은 있었지만 소관 상임위원장으로 결정했다"는 측과 "수정하기로 합의했다"는 측으로 엇갈린다. 하지만 "수정하기로 했다"고 기억하는 위원들도 언제 어느 자리에서 합의했느냐는 물음에는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원주시가 총회 회의서류에 담은 원주문화재단 정관에도 추진위원회 의견으로 시의회 추천위원은 소관 상임위원장으로 적시돼 있어 논란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원주시의 답변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사회가 총회에서 정관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J 의원을 발기인에 포함시킨 것은 역시 원주시가 임의로 결정한 것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의회가 추천하는 당연직 이사를 소관 상임위원장으로 제한할 경우 행정규제 대상이 된다는 원주시의 설명에 대해서도 대부분 문화계 인사들이나 같은 공무원 그룹 내에서조차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공무원 C 씨는 "시장이나 재단업무와 관련된 국장이 포함된 것처럼 그 당사자의 직무나 직위가 재단운영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당연직 이사로 포함시키는 것"이라며 "시가 전액 출자를 한다고 해도 민간기구인 문화재단이 행정규제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