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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토지조사사업' 일제 토지수탈의 정점
1. 소설속 봉순네와 간난할멈의 대화를 살펴보면 최참판댁의 재산이 형성되는 시점은 대략 18C 초·중엽이 된다. 18∼19C 조선 사회는 광작의 확산과 부농의 지주화에 따라 토지의 집중화가 심화되어 토지를 잃고 몰락하는 농민들이 증가하던 시기였다. 또한 부세와 고리채의 부담, 자연재해와 기근 등으로 지주의 "고방에 쌓인 곡식은 그네들, 굶주린 농부들의 전답문서하고 바뀌어졌으며, 석 섬 나는 논 한마지기는 몇 말의 곡식으로 둔갑을" 하던 시기였다.
평사리 농토 위에 살아가면서도 그것을 소유하지 못한 이들에게 최참판댁의 토지란 욕망의 대상이며 권위의 상징이자 현실의 족쇄였으며, 평산과 칠성의 죽음, 김이평의 죄의식, 용이의 기억 속에 "도련님은 양반이고 너는 상사람 자식이니께" 맞을 수 밖에 없다던 슬픈 어미 눈이 남는 근원이다.
2. 개항 직후 일본의 토지 침탈은 개항장을 중심으로 고리대금으로 담보 잡은 토지를 점탈하는 형태였으나 1890년대 전주, 군산 등지에 대규모 농장들이 등장한 이후 전국적으로 농업회사와 농장이 확산되었다. 1900년 초 시작된 경부선과 경의선 건설에서 토지수용비율은 공사비의 0.9%와 1.8%였다.(일본평균은 13%) 선로 인근 토지에 대한 강제적인 수용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러일전쟁 기간 중에도 군용지와 인근 토지에 대한 점유가 대대적으로 자행되었다. 1904년에는 조선의 광대한 미개간지에 눈독을 들여 황무지 개간권을 요구하였으나 보안회 등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하였다.
서희가 간도로 떠난 1908년, 토지 약탈의 상징적 기관인 동양척식주식회사(이하 동척)가 설립되었다. 최참판댁의 토지는 친일파 조준구에게 넘어가고 평사리 너머 조선의 토지는 일본 기업과 농민에게 넘어가고 있었다.
3. 1910년 시작된 토지조사사업은 일제 토지 수탈의 정점이었다. 사업 결과 총독부는 지세 부과 대상지를 늘려 10년대 식민 통치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였고, 1924년 임야조사사업까지 마친 후에는 전국토의 40%에 달하는 막대한 토지를 소유하였다. 그러나 지주의 소유권만을 인정하여 경작권을 잃은 농민들은 기한부 소작농으로 전락하거나 고향을 떠나게 되었다. 또한 지주의 권한이 증가하여 소작료가 올라가는 문제점을 초래하였는데 1923년 암태도소작쟁의 당시 소작료율은 무려 7∼8할에 이르렀다고 한다.
사업 이후 국유지불하의 혜택을 받은 동척은 이를 일본농업이민자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하였고, 동척을 통해 1926년까지 9천96호가 이주하여 조선 내 일본인 지주가 급증하게 된다.
작가는 토지에 대해 "삶의 터전인 동시에 사유재산이며 인간 패권주의의 시발점이다"라고 하였다. 토지를 잃은 농민과 국가에게는 참으로 서글픈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탁봉욱(신철원고 교사)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
녹지대 가로수까지 무참하게 '싹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