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8차 원주문화재단추진위원회가 지난 1일 시의회 접견실에서 개최됐다.

 심사기준의 객관성·변별력 놓고 논란 제기
 단체·이해관계 따라 자기목소리 내기 급급

　원주문화재단추진위원회가 난항끝에 8명의 선임이사를 선정, 발표했지만 위원들간 갈등이 불거지는 등 진통을 겪었다. 특히 선임이사 서류전형을 놓고 추진위원 일부가 심사기준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심사를 거부하고 사퇴, 출범을 앞둔 문화재단에도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지난 1일 시의회 3층 접견실. 제8차 원주문화재단추진위원회가 열린 이 자리에선 시작부터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이사선임 서류전형에 앞서 위원들 사이에 심사기준을 놓고 갈등이 빚어진 것.

　이날 논란의 중심은 크게 심사기준의 객관성과 변별력에 모아졌다. 열흘전 열린 추진위에서 심사조항을 선별하거나 특정 항목에 가중치를 둘 경우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며 국가기관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규정을 적용키로 합의했지만 막상 원주시가 마련한 심사전형표를 받아든 위원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박광필 위원은 "응모서류 적정성, 전문성, 경력, 지원동기, 직무수행능력 등 대부분 심사조항이 심사위원의 자의적인 해석에 따라 결정될 수 밖에 없다"며 "떨어진 사람도 수긍할만한 최소한의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별개로 일부 위원들은 현직 시의원의 응모를 두고, "당연직까지 포함하면 시의원 3명이 재단이사가 될 수도 있다"며 "직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은 이사회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김동희 추진위원장이 발끈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단체의견을 대변하려는 사람이 많을 것이란 우려 때문에 공개추천을 하기로 했었다"면서 "심사위원 각자가 판단해 심사에 반영하는 것은 모르지만 특정 신분이기에 배제하자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변했다. "논의가 확장되면 그 어느 분야가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박전하 위원)" "이미 공모한 상태에서 추진위가 새롭게 기준을 적용해 특정 인사를 배제한다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김병호 위원)"는 등 김 위원장의 의견에 동조하는 의견도 뒤따랐다.   

 
　정회 끝에 회의는 재개됐지만 의견은 또 다시 갈렸다. 몇몇 위원들이 변별력이나 객관성에 문제는 있지만 특별한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일부 항목에 배점차를 수정하는 안을 내기는 했어도 이 역시 뚜렷한 대안이 되지는 못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위원은 추진위가 큰 부담을 안을 수 있다는 이유로 "선발인원 3배수인 응모자 모두를 추천하고 최종 결정을 원주시에 맡기자"는 의견까지 제기해 논란의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결국 2시간여 이어진 논의는 참석한 추진위원들의 거수를 통해 원주시가 마련한 기존 규정을 배점차만 소폭 조정해 적용하기로 결정하면서 마무리 됐지만 이에 반대한 박광필 위원과 윤병진 위원은 "심사결과에 연대책임을 질 수 없다"며 끝내 위원직을 사퇴하고 심사장을 떠났다.

　이날 논란의 결과는 이미 예고된 일 이라는 게 문화계 안팎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추진위원회가 8차에 걸쳐 진행되는 동안 일정에 쫓겨 무리하게 추진되는 듯한 인상을 줬고, 위원들도 단체간 이해관계에 따라 자기목소리 내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추진위원회에서 이뤼진 논의도 원주시가 마련한 기본계획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맴돌았다. 문화재단의 역할 등 큰 틀을 그리기 보다는 미시적인 부분에 집착해 소모적인 논쟁이 이어졌다는 것은 추진위원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추진위 활동을 보조할 실무진이 없었던 것도 이런 상황을 부채질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추진위원 A 씨는 "실무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어 페이퍼조차 제대로 준비되지 않다보니 결정된 사안도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다양한 계층의 의견 수렴에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일자 형식적인 설명회를 갖기는 했지만 설명회장에서 제기된 의견이 추진위 안에선 재론조차 안됐다. "추진위의 역할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설명회장에서 제기된 의견을 정리해 이사회에 전달하겠다"는 것이 추진위가 밝힌 입장. 이에대해 문화예술계 B 씨는 "문화재단을 출범시키고 보자는데만 집중했지 원주 문화발전을 위해 정말 필요한 문화재단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부족했다는 지적에선 원주시나 추진위원 그 누구도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