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 뿌리부분을 드릴로 뚫어 고사위기에 처한 원동아파트 206동 앞 플라타너스를 동 대표인 김영길 씨가 가리키고 있다.

　원동아파트 주민들은 최근 단지 내를 산책할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편칠 않다. 넉넉한 그늘을 제공하며 수십년째 주민들과 함께 해 온 206동 앞 플라타너스 두 그루가 고사 위기에 놓였기 때문.

　아파트는 낡았지만 단지 전역을 감싸고 있는 울창한 조경수가 큰 자랑거리였던 주민들에게 이 플라타너스는 단순한 나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 나무들은 아파트를 지을 때 일부러 훼손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살려 둔 것. 주민들이 입주할 때부터 늘 그 자리를 지켜 왔기에 원동아파트의 역사와도 맥을 같이 한다.   

　인근 조경수 중 유독 높이 솟은 두 그루의 플라타너스가 이상한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작년 10월 경. 주민들은 많은 나무 중 유독 두 그루만 때 이르게 잎이 모두 떨어지고 앙상하게 말라가기 시작했다고 기억한다. 이상하다고는 느꼈지만 곧 겨울이 오면서 주변 나무들도 잎을 모두 털어 내 그 누구도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올봄 주변 다른 나무들에 새순이 돋아 났는데도 이들 나무만은 가지를 드러낸채 좀체 잎을 피우지 못했다. 이상히 여긴 주민들이 주의깊게 살펴본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발견됐다. 뿌리 쪽에 10여개의 구멍이 뚫려 있었던 것.

　동 대표인 김영길 씨는 "누군가 나무를 죽이기 위해 드릴로 뿌리에 구멍을 뚫고 제초제를 투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산림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보니 베어버리기 부담스런 나무를 고사 시키기 위해 많이 사용하는 일반적인 방법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고사할 것으로 보였던 나무가 조금씩 회생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과 '비 온 뒤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주민들 사이에 상반된 의견이 있지만 부분적으로 새 잎이 돋아나는 것을 보며 간절히 회생을 바라는 것은 모든 주민들의  마음이다.

　그러나 나무가 고사위기에 처한 것이 누군가의 고의에 의한 행위일 개연성이 높아지면서 주민들의 분노는 식질 않고 있다. 주부 이모 씨는 "전세계적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이 화두로 떠오르고 나무심기 운동이 펼쳐지는 지금, 수십년된 나무를 일부러 죽인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흥분을 감추질 못했다.

   김 대표도 "누군가 고의로 나무를 훼손한 것이 맞다면 범인을 가려내 책임을 묻고 다시는 이런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조만간 자비를 들여서라도 목격자를 찾는 현수막을 제작해 게시하는 등 행위자를 반드시 찾아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