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한달간 호저면 매호리(이장: 이하섭)를 다녀간 관광객은 1천명이 넘는다. 2∼3일씩 매호리에서 숙박하며 물놀이, 옥수수 따기, 미꾸라지 잡기, 인절미 만들기 등의 체험프로그램에 참가한 것. 워낙 많이 몰리며 10명 미만의 단체손님은 받지 않았다.

매호리는 새농촌건설운동 우수마을 중 가장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2003년 녹색농촌체험마을, 2004년 새농촌건설운동 강원도 우수마을 및 농협중앙회 팜스테이마을에 선정되며 농촌관광의 기틀을 갖췄다. 시상금으로 숙박시설, 체험농장, 식당, 교육장 등 하드웨어를 구축했으며 하나로 결집된 주민역량을 꾸준히 유지하는 데도 소홀하지 않았다.

 2006년 농림부 주관의 농촌관광마을가꾸기 경진대회에서 장려상과 시상금 3천만원을 받았고, 이듬해에도 농림부 주관으로 실시된 도농교류 농촌사랑 평가에서 농림부장관상과 시상금 2천만원을 받았다. 주민들의 결집된 역량이 유지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2006년부터는 매년 4월 매화축제를 열어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매화나무도 꾸준히 심어 현재 약 6천그루가 자라고 있으며 매실을 수확해 엑기스, 장아찌 등의 가공식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주민들은 매화나무가 마을 전체를 덮을 때까지 계속해서 매화나무를 식재할 계획이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매호리에서 농촌관광으로 벌어들인 소득은 관내 농촌관광마을 중 가장 많은 5억2천만원이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농산물을 판매해 4억4천600만원의 수익을 올린 것을 비롯해 음식판매 3천500만원, 체험 프로그램비 3천300만원, 숙박비 650만원을 벌어들인 것.

70여 가구에서 이렇게 벌었으니 가구당 평균 700만원이 넘는 부가수익을 올린 셈이다.

이하섭 이장은 "도내 농촌관광 마을 중 다섯손가락 안에 꼽힐 것"이라며 "팜스테이마을로 지정되며 농협중앙회를 통한 전국 홍보도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원주시농업기술센터 홍기정 농촌개발담당은 "마을 리더가 바뀌지 않고 연속성이 유지되며 사업이 연계성을 갖고 추진됐던 게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라면서 "꾸준히 유지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매호리 주민들은 정부예산 60억원이 지원되는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도 구상 중이다. 결집된 역량이 이어질 수 있도록 내년에 추진할 계획이다.
　
10년간 12개 마을 선정

새농촌건설운동은 지난 1999년 시작돼 올해로 11년차를 맞고 있다. 지난 10년간 원주에서는 12개 마을이 강원도 우수마을에 선정되며 상사업비 5억원씩을 받았다. 선정마을은 지정면 가곡1리, 부론면 손곡1리, 흥업면 대안1리, 신림면 용암2리, 귀래면 주포1리, 호저면 매호리, 소초면 학곡리, 부론면 정산1리, 신림면 용암3리, 호저면 고산리, 판부면 서곡4리, 신림면 성남2리 등이다. 이중 절반가량은 농림수산식품부 사업인 녹색농촌체험마을에 선정되며 2억원씩 추가로 받았다. 새농촌건설운동을 추진하면서 축적된 주민역량이 녹색농촌체험마을 준비과정에 고스란히 녹아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게다가 원주시는 강원도 우수마을 심사에서 탈락한 마을을 대상으로 이듬해 재도전을 위한 종잣돈으로 5천만원씩 지원했다. 대안1리, 용암2리, 매호리 등은 이같은 지원 외에 원주시로부터 국·도·시비를 추가로 받으며 10억원 안팎이 지원됐다. 가구당 평균 1천만원을 지원한 셈이다.
　
지도자 바뀌어도 연속성 유지해야

강원발전연구원 김주원 박사는 "농림부에서 실시한 마을경진대회 평가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평가위원들이 타 시도에 비해 강원도의 경쟁력을 높이 샀다"면서 "새농촌건설운동이 밑거름이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쟁력 있는 농촌을 만들겠다는 이 운동의 목적이 성과로 나타난 대목이다. 그러나 일부 마을의 경우 새농촌건설운동의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투입된 예산에 비해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 A마을은 상사업비 집행과정에서 주민들 사이에 분란이 일며 쟁송이 일기도 했다. B마을은 5천만원을 대출받아 새농촌건설운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업비 집행을 놓고 내홍을 겪은 바 있다.

원주시 한 관계자는 "마을 지도자가 바뀐 일부 마을에서 효과가 반감됐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면서 "지도자가 바뀌더라도 사업의 연속성은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새농촌건설운동 자문위원장인 상지대 임상철 교수도 "독자적 발전 가능성이 있는 마을을 선정하고 있는데 일부 도태된 경우도 있다"면서 "지도자의 자질론으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김주원 박사는 "농업·농촌의 구조적 문제가 고령화 및 인재 부족"이라며 "공무원 등 외부전문가들의 지속적인 도움이 수반돼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상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