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린 폭우로 인해 중앙시장 내 의류점 2곳이 침수피해를 입었다. 옥상에서 누수가 발생해 1층 의류점까지 흘러내린 것. 폭우라곤 해도 재난수준에는 크게 못미쳤다. 그럼에도 이같은 피해가 발생하자 중앙시장 안전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970년 신축돼 40년 가까이 버텨온 중앙시장은 작년 4월 실시된 정밀안전진단 결과 D등급 판정을 받았다. D등급은 주요 부분에 손상이나 결함이 발생해 대규모 보수·보강이 필요한 상태로, 시설물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4개 동으로 이뤄진 중앙시장은 동에서 동을 잇는 연결통로가 붕괴위험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전면보수 내지 신축이 바람직하지만 원주시는 우선 급한대로 1천300만원을 들여 응급처치를 했다. 그러나 균열간 곳을 메우고, 누전에 대비해 전선을 피복하는 수준이었다. 중앙시장재건축조합 이재범 조합장은 "지금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한다면 E등급을 받게 될 것"이라며 "옥상은 손으로 긁어도 파일 정도로 노후됐다"고 전했다.
　
재건축조합 시효 만료

중앙시장 안전도 논란은 항상 재건축으로 귀결됐다. 어차피 재건축할 건물인데 보수할 필요가 있냐는 것. 그러나 최근 강원도는 중앙시장재건축조합 시효가 만료됐다고 재건축조합에 통보했다. 2001년 시작된 재건축사업이 사실상 무산됐음을 통보한 것이다.

2002년 4월 재건축사업 시행구역 공고가 난 뒤 3년 안에 건축허가를 받지 못했고, 이후 2년간의 유예기간도 흘려보낸 것. 지난 2007년 시효가 만료됐으나 파장을 우려해 유예해오다 감사에서 지적되자 강원도가 만료를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향후 2년 경과 후 처음부터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재건축사업은 무산된 것이나 다름없다.

재건축사업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됐던 가장 큰 원인은 사업성이 떨어져 시공사가 붙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화재인 강원감영과 인접해 신축에 제한이 따르자 시공사가 등을 돌렸고, 근래 들어선 전국적인 건설경기 침체가 한 몫 했다. 재건축조합은 상인들이 건축비 일부를 자부담해 시공사를 끌어들이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번영회장 공석…관리 전혀 안돼

310여개 상가가 밀집해 있는 중앙시장은 작년 12월 이후 상인들을 대표하는 번영회장이 공석이다. 누구도 번영회장을 맡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건물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리비가 제대로 걷히지 않자 경비원들이 손수 걷으러 다니며 본인들 월급을 가까스로 충당하는 실정이다. 번영회 살림이 바닥나다보니 2층과 옥상 계단 등에 상인들이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소파 등 각종 집기류가 방치돼 있으나 치울 비용이 없어 손을 못대고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E등급 건물은 사용제한을 명령할 수 있지만 현재는 D등급인 데다 사유재산이라 행정에서 관여하기 힘들다"면서 "상인들이 지분에 따라 돈을 걷어서라도 하루속히 보수해야만 재난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상용 기자 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