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의회가 의회권한을 확대하는 조례를 추진하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집행부와의 마찰도 예상된다.

지방의회의 대표적 권한인 의결권을 확대하겠다는 것인데, 지방의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항은 지방자치법 제39조 제1항에 나와있는 조례 제·개정 및 폐지 등 11가지. 이 사항들은 의회에서 의결하지 않으면 집행부가 행정행위를 하지 못한다.

이와 함께 제39조 제2항에는 "지방자치단체는 제1항의 사항 외에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의회에서 의결되어야 할 사항을 따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제39조 제1항에 규정된 11가지 의결사항 이외에도 의결을 거쳐야 할 사항을 조례로써 확대하겠다는 게 시의회 구상이다.

김동희 의원은 시의회 입법고문 자문, 타 자치단체 사례, 대법원 판례 등을 토대로 '원주시의회 의결사항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으며, 이 조례안은 지난 25일 열린 시의회 운영위원회를 통과했다.

새롭게 의결사항에 포함된 것은 ▷타 지방자치단체와의 교류협력에 관한 사항 ▷연간 사용료 또는 대부료가 1천만원 이상인 재산의 사용·수익허가 및 대부 ▷일단(一團)의 면적이 1만㎡ 이상인 토지의 사용·수익허가 및 대부 ▷대부기간이 20년 이상인 공유재산의 사용·수익허가 및 대부 ▷예산 또는 공유재산이 수반되는 MOU(양해각서) 체결이다. 또한, 시의회 의결을 받은 후 면적이 30% 이상 증가하는 경우에는 재의결을 받도록 했다.

2007년 7월 원주시가 컨벤션 호텔을 지으려는 IB그룹에 호텔건립 부지를 매각하고 골프장 건립부지를 임대하고자 할 때 원주시는 "부지 임대에 관한 사항은 의회 의결사항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한 '대통령령으로 정한 중요재산의 취득·처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발의된 '원주시의회 의결사항에 관한 조례안'이 공포되면 이와같은 각종 공유재산의 사용허가 또는 임대를 하려면 의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당장 여산레저(주)의 구학리 골프장 사업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구학리 골프장 예정부지 내에는 20만3천여㎡에 달하는 시유지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현행 법으로는 매각하려면 의회 의결을 거쳐야 하고 임대를 하려면 의회의결을 거치지 않아도 되지만 조례가 공포되면 임대를 하려 해도 의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김 의원은 "주민·환경단체 등과 갈등이 많은 골프장 사업을 추진하는데 원주시가 임의대로 시유지를 임대해서는 안된다"며 조례제정을 통해 사업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함께 김 의원은 "상위법에 어긋나는지 여부를 판단해 가며 조례개정을 통해 의결사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