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가 시민고충처리위원회 조례 시행규칙안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위원회 전담 공무원의 수행업무 성격이 위원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조례에는 "위원회의 직무 수행을 위한 조사 및 업무보조를 위하여 전담 공무원을 둔다"고 규정돼 있고 입법예고한 시행규칙안에는 전담 공무원의 수행 업무를 ▷고충민원의 접수, 안내, 조사와 처리 ▷의안의 정리, 배부 및 심의결과 정리 ▷회의운영, 지원에 관한 사무 ▷고충민원사무의 처리 권고 ▷기타 위원회 운영 사무 등 다섯 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규칙안에는 상근위원 업무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상근위원이 있음에도 전담 공무원을 배치해 고충민원 접수·조사뿐만 아니라 처리·권고하는 일까지 맡기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상근위원에 대한 단순 사무보조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원주시 관계자는 "상근위원은 위원회 직무범위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전제한 후 "전담 공무원은 시장의 지시가 아닌 위원회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일처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무원이라고 해서 위원회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해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때로는 위원회가 고충민원을 처리하면서 시와 대립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는데 공무원에게 고충민원의 조사와 처리권고까지 맡기면 조사와 처리 과정에서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시민사회단체의 입장.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공직사회에서 자체감사에 적발되면 인사상 불이익을 줄이고자 팔이 안으로 굽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전담공무원이 아무리 위원회 위원장이나 상근위원 지시를 받아 움직인다고 해도 고충민원을 조사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공무원 입장을 더 많이 대변할 수 밖에 없고 위원회가 시와 대립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더 시 입장을 고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시민고충처리위원회의 사무를 지원하기 위하여 사무기구를 둔다'고 규정돼 있다. 또한 '사무기구에는 사무기구의 장과 그 밖에 필요한 직원을 둔다'고 돼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법률에서 규정한 사무기구 직원은 꼭 공무원이 아니어도 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위원회 위원 중 1명을 상근위원으로 두는 게 사무기구를 두는 효과를 기대한 것이라면 직원 역할을 하는 자리에 굳이 공무원을 배치할 필요가 없고 공무원보다 좀 더 공정성을 기할 수 있는 제3자를 배치할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한 다른 측면에서는 공무원이 상근위원을 돕는 것 보다 단순 사무보조 인력만 배치하는 게 상근위원이 독립적으로 소신있게 일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전담 공무원을 배치해 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의도가 있을 수 있으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키는 게 위원회 업무수행에 있어서 가장 큰 가치인 만큼 시는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원주시 지방공무원 복무조례'를 상근위원 복무에 관한 사항에 준용하도록 한 것도 독립성과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어 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김선기 기자 sk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