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수의 강이 피워 올리는 고요 속으로

한 떼의 어둠이 증발한다

홰를 치며 날아오른 새떼 잠시 흩어졌다

우우 모여드는 마을 등지고

버드나무 숲이 하얗게 솟아오른다



개들 짝을 지어 몸을 숨기는 잠잠한 습지

그곳을 이제는 슬픔의 침실이라 불러야 하리

온몸을 적시는 부드러운 침낭 속에서

지난 밤 잉걸불처럼 타오르던 환희의 깃털 위에

뉘우침도 없이 버려지는 백색의 강아지들

숲길을 덮는다



이제는 깨달음도 버리고

지난날의 엷은 희망도 버리고

투명한 어둠의 공터를 지나가야 하리

귀를 접은 채 폐수의 강가를 배회하는

떠돌이 개의 나직한 울음처럼

서서히 저 눈부신 어둠에

얼마간 익숙해질 때까지




김 종 호

약력

○ 92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 제1회 북원문학상 수상

○ 저서 <초등학생 E·Q 동요, 동시>
<생각을 기워주는 동요, 동시>

○ 현 문인협회원주지부 부지부장

어둠과 환락과 안개가 공존하는 혼돈의 도시에서 오늘도 끈질기게 견디어야 한다.
갈등과 욕망으로 혼미해진 자아를 추스르기란 얼마나 힘들고 또 덧없는 일인지. 아직도 세상은 오리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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