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11



오랜만에

수다나 실컷 떨자고

다방에 앉았습니다.



가족도 아이도 잊은 채

수다만 떨기로 하는 데야

이유가 없겠는지요.



수다는

어느새 가족을 떠나고

아이를 떠나서

산등을 넘어 논밭을 지나다가

해변가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어깨 움츠려지는 쌀쌀한

마음이 됩니다.

가슴 한 켠으로부터 아장

걸음 놓던 아이가 다가옵니다.



수다를 떠는 동안

커피값은 또 왜 그렇게나 많이

올랐는지요.






정 광 호

약력

○ 육민관고 교사

○ 문인협회 원주지부회원

○ 순수문학신인상 수상(94)

○ 남한강동백문학회 회원

○ 북원문학상 수상(99)

○ 저서 시집 ‘사노라면’



전업 주부인 아내는 세상 물정 모르고 집에서 아이들과 실갱이해야 하는데 대해 가끔 투정을 합니다.

어쩌다 친구라도 만나러 나가는 날이면 서둘러 들어온 기색 또한 완연합니다.
마음 편히 커피 한 잔 나눌 여유 없음이 얄팍한 지갑 탓 뿐이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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