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에서 아침7시30분에 출발하여 홍천을 경유 백담사에는 11시에 도착했다.
백담사를 참배하고, 11시30분 중식 공양을 하고, 12시부터 봉정암 산행을 시작했다.
빨리 걸어야 5시간, 천천히 걸으면 6시간이 소요된다.
초여름의 햇살이 유난히도 작열하는 무더운 날씨였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가뭄이 심하고 더운 날씨라 산골짜기 계곡에 물도 없다면 더위와 갈증으로 5시간 이상 장거리 산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 부담이 되었고, 특히 몇분의 나이든 노보살 때문에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계곡에는 지난해 보다는 물이 적지만 시원하게 흘러 넘치는 맑은 물이 산 계곡이 깊으면 깊을수록 울창한 나무 숲 속에서 더욱 더 싱그러움으로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깍아질 듯한 기암 절벽과 그사이로 우뚝우뚝 솟아있는 고목들, 세월의 흐름 속에 속살을 드러내놓고 말라죽은 나무들, 이런 설악산의 아름다운 자태는 인간이 아무리 만들고자 하여도 만들 수 없는 자연의 소중한 보물일 수 있다.
최근 아침마다 일어나 담장 밑 고추밭에 물을 주어도 한 그루씩 말아 죽어 가는 고추모종의 안타까움, 금년 식목일에 심은 나무들과 뜰 앞의 잔디가 앙상하게 타 들어가는 모습에서 가뭄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었으나, 이곳 계곡에는 싱그러움이 있을지언정 가뭄의 자국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수련동 계곡을 지나 산 목련의 향기로움을 맛보면서, 요즘 우리들이 사는 세상은 논밭이 말라가고 잔디가 타들어 가듯이 얼마나 마음들이 메말라 가고 황폐화되어 가고 있을까?
속세의 생활이란 어려움이 있고 괴로움이 있기 마련인데!
설사 만족하지 못한 일들이 있다하더라도 서로를 의지하고 수용하면서 즐거움을 갖고 살아간다면 어려운 마음속에서도 풍요로움이 있고 향기로움이 있을 텐데!
산의 아름다운 자연의 풍요로움을 마음껏 느낄수 있었다. 굽이굽이 계곡을 지나 5시간 반이 넘어 목적지인 봉정암에 도착하자, 확 트인 정상이 시원함과 도착했다는 만족감, 자연의 조물주가 만들어 놓은 최상의 아름다운 광경이 힘들여 올라온 모든 피로를 단숨에 삼켜버렸다.
1300여전에 신라 자장스님이 봉황새의 인도에 따라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이곳에 모셨다는 이야기를 생각할 수록 자장스님의 자연 보는 안목에 새삼 고마울 따름이다.
불교신자가 아닌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곳에 오면 저절로 가슴이 트이고 속세의 탐욕심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들을 꿈꾸고 있는가를 느낄 수 있게 하리라.
아픈 다리를 앞세우며, 사리탑 앞에서 수없이 절을 하는 신도들의 가지가지 원력들이 속시원하게 이루어지기를 기원해 보았다.
절을 하는 많은 신도들은 적어도 여기까지 와서 남을 미워하고 시기하는 신도는 없으리라.
또한 내 한사람 잘 되고자 부처님 앞에 원을 세우는 이들은 있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니 저절로 가슴속에 넉넉함이 배어왔다.
고달픈 인생사를 잠시 뒤로하고 깊은 산사를 산행해 본다면 산행한 사람만이 느끼는 즐거움을 만끽 하리라. 1박을 하고 주먹밥을 받아 하산을 진행하니 다리가 자꾸 뒷걸음 쳐졌다. 내년에 다시 또 찾으리라 기약하며 아쉬운 마음으로 하산하였다.
김 말 환 법사
(법웅사 혜명)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원주를 빛내는 새로운 시작! 국제스케이트장 유치 범시민 추진단 출범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