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3시30분. 한바탕 점심손님을 치르고 다시 저녁손님을 맞기 위해 영업 준비를 하거나 잠깐 휴식을 취하는 음식점들의 하프 타임이다. 그런데 '다래순대(대표: 조맹엽)'는 마치 분주한 점심시간처럼 손님들로 북적인다.

순간적으로 '특별한 날인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조 대표는 "우리집은 원래 하루 종일 가게가 비지 않고 손님이 들락거린다"며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웃어넘긴다. 가게 앞엔 장작더미가 쌓여있고 주방과 홀에선 빨간 앞치마를 두른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요즘 같은 불황에도 이렇게 장사가 잘 되는 음식점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조 대표의 인터뷰를 통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조 대표의 남다른 경영원칙 두 가지는 음식에 대한 정성과 직원들에 대한 사후관리였다.

매일 새벽6시만 되면 어김없이 장작불을 지펴 가마솥에 사골을 끓인다는 조 대표. 가게를 오픈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그렇게 해 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머릿고기도 정성을 다해 맛깔스럽게 삶아 손님상에 내놓는다. 먹기 좋도록 얇게 저민 머릿고기를 통통한 새우젓에 찍어 먹으면 야들야들함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비계를 없애서인지 누린내가 나지 않는 고기를 어느 정도 건져 먹고, 뽀얀 사골 국물에 밥 말아서 먹음직한 순대와 함께 뜨거운 김 후후 불며 먹으면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순대국밥 한 술에 아삭아삭 씹히는 깍두기는 천생연분이다. 한 달에 두 번씩 무를 썰어 깍두기를 담그고 다진 마늘 듬뿍 넣고 무친 겉절이 김치는 빛깔만큼이나 맛도 좋아 김치 하나 만으로도 밥 한 그릇 비울 수 있을 듯.

메뉴는 순대국밥(5천원), 순대(대 7천원·중 5천원), 감자탕(대 2만원·중 1만7천원), 내장전골(대 1만8천원·중    1만5천원) 등이 있다.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10시까지 영업한다.

태장2동 상록프라자아파트 입구 맞은편(금강쇼핑 맞은편)에 위치한 다래순대는 2000년 가게를 오픈하고 6개월 동안은 하루 매출이 4만원에 그친 날이 허다했다고 조 대표는 지난 시절을 회고한다. 당시만 해도 근처에 아파트가 거의 없었고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드물어 주위의 모든 이들이 가게 위치가 좋지 않다며 손사래 쳤다고 한다. 하지만 택시기사들이 하나 둘 찾아오면서 어느 날부터 택시들이 가게 앞에 줄서기를 했고, 맛있고 값싼 순대국밥집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월세로 시작한 가게는 나날이 단골고객이 늘어 오픈 후   2년 만에 건물을 살 수 있을 만큼 자리를 잡았다. 지금은 문막에 낸 2호점도 성황리에 영업 중이다. 올 가을 3호점을 준비하고 있는데 현재 식당일을 돕고 있는 조 대표의 딸이 맡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순대국밥집 답지 않게 얼핏보기에도 꽤 많은 직원들이 밝은 얼굴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조 대표는 "경기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다른 식당보다 직원들 인건비를 후하게 준다"며 "남는 게 많지 않더라도 내가 조금 덜 쓰고, 고생하는 직원들에게 인색하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직원들에게 보너스와 퇴직금까지 챙긴다는 조 대표는 "개인사정으로 그만둔 직원 말고는 모두들 한결같이 꾸준히 함께 하고 있다"고 한다.

잘 돼서 더 잘되는 원리가 이 집에 적용되었다는 느낌이다. 처음에 힘든 과정이 있었지만 정성이 담긴 음식 맛과 서비스는 고객을 불러들였고, 음식 회전속도가 빨라지면서 늘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이 제공될 수밖에 없는 원리. 업주는 직원을 챙기고 직원은 자발적으로 움직여 매출을 올리는 경영원리를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은 조 대표는 삶의 지혜로 깨닫고 있었다.

손주를 무릎에 앉힌 모습은 영락없는 할머니인데 조 대표는 식당 할머니가 아닌 당당한 경영주의 모습이다.

▷문의: 744-5221(다래순대)

임춘희 기자h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