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어천가 효종본 1권(사진 위)과 2권.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이 훈민정음을 사용해 최초로 만든 '용비어천가' 효종본을 공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은 한글날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1659년 간행된 용비어천가 효종본 1, 2권(36.8㎝×25.5㎝)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는 지난 5월 각각 강원도문화재와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진언집'과 '제진언집'을 비롯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한글번역본 '법화경언해', 한글목판 '논어'와 '맹자언해' 등 한글관련 자료가 함께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조선왕조의 창업을 칭송한 용비어천가는 세종 29년인 1447년 5월 간행된 125장에 달하는 서사시로, 당시 세종대왕의 명에 따라 새로 제정된 훈민정음을 처음으로 사용해 엮은 책이다. 지금까지 세종본과 광해본, 효종본 등이 전해지고 있지만 소장하고 있는 곳은 전국에서도 10여곳 안팎에 불과한 희귀 고서. 특히 용비어천가는 많이 생산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왕실을 중심으로 공신들에게만 배포한 매우 귀중한 자료였기에 이날 공개된 효종본의 경우 현재 규장각과 대구 가톨릭대에서만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판화박물관측은 작년 12월 충주의 한 고서적 수집가를 통해 이 책자를 구입, 1년여에 걸친 검증과 복원작업 끝에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효종본을 감정한 경북대 남권희(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책의 상태가 심하게 훼손돼 아쉽지만 국내에 몇 권 남아있지 않은 효종본으로 초기 한글연구에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고판화박물관측은 국가문헌보존소 등의 도움을 얻어 훼손된 부분에 대한 완벽한 복원을 마친 후 내년부터는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한선학 관장은 "홍천 수타사의 월인석보에 이어 고판화박물관이 용비어천가 효종본을 소장함에 따라 훈민정음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한글책자를 도내에서 모두 볼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앞으로 한글판본들을 꾸준히 수집해 한글 보존운동을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 관장은 "오는 15일 서울 인사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일본 고판화로 제작된 조선통신사 행렬도 등 또 다른 진귀한 자료를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 관장은 "이날 공개하는 자료는 오는 19일부터 명주사고판화박물관에서 개최하는 특별전시회 '일본 고판화의 세계'를 통해 일반인들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한 관장이 발굴한 용비어천가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