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초청해 모객엔 성공 육·해·공군 군악대도 불참

'2008 원주따뚜'가 열린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따뚜공연장 일원은 연일 관람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입장하지 못한 시민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 했다. 모객 측면에서 이번 원주따뚜는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축제를 지켜본 문화계 인사들은 이제 원주따뚜가 여러 기로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처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세계적 군악축제 Vs 시민이 즐거운 축제

원주따뚜 출발은 지난 2000년 열린 세계평화팡파르로 거슬러 올라간다. 6.25 전쟁에 참전했던 14개국 17개 군악대가 참가한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다. 당시 국내에는 이같은 국제적 규모의 군악축제가 없었던 터라 영국 에딘버러 타투, 캐나다 노바스코시아 타투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아시아권을 대표하는 세계 3대 타투로 키우자는 야심을 가질만 했다.

그래서 원주시는 2003년 국무조정실로부터 국제행사로 승인받았고, 67억원을 투입해 2006년 따뚜 전용공연장을 건립했다. 그러나 올해는 세계군악축제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외국 군악대는 4개국 5개팀에 불과했다.

2000·2002년에는 강원도·원주시·제1야전군사령부가 공동주최 했으나, 2004년 강원도와 제1야전군사령부가 공동주최에서 빠졌다. 2006년 국방부가 공동주최로 참여하며 대회가 격상되는 듯 했으나 이번 축제에 국방부가 다시 발을 빼며 사실상 (재)원주따뚜만 남았다.

또한 격년제 개최로 인한 한계 및 예산을 전액 시비에 의존하다보니 규모를 키우기가 쉽지않은 상황이다. 오는 10월 14일부터 6일간 계룡시에서 열리는 군악축제인 계룡군문화축제 예산이 31억원인데 반해 올해 원주따뚜 예산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12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국방부가 의도적으로 공동개최에서 발을 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000년부터 줄곧 참가했던 육·해·공군 군악대가 이번 축제에 돌연 불참한 이유도 국방부의 이러한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국방부는 군악축제를 개최하는 원주시, 계룡시, 진해시 등 3개 자치단체를 놓고 어디와 공동주최 할지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룡군문화축제는 충남도와 계룡시에서 통합 운영하며, 진해시는 내년에 진해세계군악의장페스티벌을 개최하기로 하는 등 예산이나 규모 면에서 원주따뚜가 뒤쳐진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2000년 선점했던 군악축제 기득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관악축제 Vs 종합예술

이번 축제에서 나타난 두드러진 현상으로 오후9시를 전후해 관람객이 대거 몰렸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때 쯤 MC몽, 성시경, 인순이, 쥬얼리 등 유명가수가 출연했기 때문이다. 정상가도를 달리며 현란한 무대를 선보이는 이들에게 관객들은 열광했다.

그러나 이들의 축하무대가 끝나면 관중의 20∼30%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며 공연장은 한동안 혼잡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유치원 원생들의 공연이 끝나면 부모들이 아이들을 챙기느라 우르르 몰려가며 또다시 혼잡을 빚었다.

그런가 하면 가수 축하공연, 마칭, 오케스트라 연주, 발레공연 등 종합예술적인 무대를 선보이며, 원주따뚜의 정통성을 상실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정통성을 잃는다면 세계적 군악축제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수정, 시민이 즐거운 축제로 궤도를 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료 Vs 유료

무료공연으로 진행된 데다 유명가수들이 출연하면서 모객 차원에서는 성공을 거뒀으나 관람문화는 퇴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청소년들 대부분은 가수를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가수 퇴장과 더불어 공연장을 빠져나가는 청소년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게다가 영·유아 출입도 방치되면서 차분한 관람을 기대했던 시민들은 불쾌감을 지울 수 없었다. 또한 무료공연으로 인해 원하는 좌석을 구하기가 어려운데다 그나마 좌석을 차지하려면 공연 2∼3시간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공짜라는 인식이 강한 탓에 공연 중간에 자리를 뜨는 시민도 많았으며, 쓰레기 문제도 대두되는 등 무료공연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이 불거졌다. 이로 인해 올바른 관람문화를 정착시키려면 유료공연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또한 (재)원주따뚜의 자립을 위해서도 공연 유료화 및 수익구조를 창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