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노인의 건강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급증하고 최근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본격적으로 실시되면서, 노인 환자의 신경정신과 방문이 많이 증가하였다. 흔히 궁금해 하고 우려하는 것 중의 하나가 혹시 내가 또는 우리 가족이 치매가 아닌가 하는 것인데, 치매로 인한 본인과 가족의 고통을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기억력이 떨어지고 집중력이 느슨해져서 금방 한 일도 잊어버리고 멍한 상태를 보여 평소에 쉽게 하던 집안일들을 잘 하지 못하게 되고 혼란이 생기면서 엉뚱한 소리를 하거나 밤에 헛것을 보고 중얼거리는 등의 이상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갑자기 발생하면 가족들은 놀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증상이 갑자기 생기면 먼저 치매를 떠올리게 되는데 많은 경우 치매가 아닌 뇌의 약화로 인한 섬망증인 경우가 많다. 섬망이라는 것은 뇌가 어떤 충격을 받은 경우에 일시적으로 혼란에 빠지는 것을 말하는데, 시공간의 지각 능력이 상실되는 지남력 감퇴, 기억력과 집중력의 저하, 그리고 환시와 환청과 같은 증상들을 보이게 되어 정신병이나 치매에서 보이는 증상들을 나타내게 된다.

노인이 되면 뇌는 퇴행적인 변화로 인하여 그 기능이 많이 약화되는데 이렇게 약화된 상태에서 낙상이나 골절 같은 외상, 당뇨나 고혈압 같은 내과적인 질환의 악화, 수면장애, 알콜이나 약물중독, 스트레스로 인한 심리적인 고통과 같은 충격을 받으면 뇌기능의 혼란을 초래하여 섬망증상을 보이게 된다. 노후된 컴퓨터가 오작동을 자주 보이는 경우와 비슷하다 하겠다.

섬망증상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치매와는 달리 신체적인 기능이 회복되고 적절한 치료를 하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게 되면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희망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섬망증상을 보인다는 것은 뇌 기능이 그 만큼 약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평소에 뇌 건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섬망의 원인이 대부분 신체적인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경우인 것을 보면, 노인의 뇌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심리적인 안정도 중요하지만 신체적인 건강을 잘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다시금 중요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