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승호 씨가 자신이 입수한 태극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1920~1940년대 제작 추정

　광복 63주년을 앞두고 일제 강점기 때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태극기가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흥업면 사제리에서 고려민속방을 운영하는 신승호 씨는 최근 입수한 태극기를 지난 12일 공개했다.
　신 씨가 공개한 태극기는 가로 105㎝, 세로 76㎝ 크기로, 현재 쓰이고 있는 태극기와는 달리 중앙 태극문양의 꼬리부분이 길게 이어진 형태를 띄고 있다. 비록 오랜세월의 흔적을 대변하듯, 천의 일부가 부식되고 색은 바랬지만 중앙의 태극문양과 네 귀퉁이의 팔괘의 모양이 뚜렷하게 남아있다. 
　신 씨는 "지난해 작고한 충주 고미술상이 남긴 유품 중 이 태극기가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 유족의 동의를 얻어 어렵게 입수하게 됐다"며 "마침 광복절에 즈음해 후세에게 교육적 의미가 있을 것 같아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 씨는 또, "이웃 횡성군이 횡성만세운동을 대대적으로 조명하고 있는데 반해 소초독립만세운동과 부론독립만세운동이 전개된 원주는 상대적으로 미약한 것 같다"며 "몇해전 소초면 평장리에서 기미년(1919년) 6월에 제작했다고 기록된 망와(지붕의 마루 끝에 세우는, 와당이 달린 암막새)에 태극문양이 있는 것을 보고, 태극기에 관심을 갖게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 씨가 공개한 태극기는 고종황제가 그의 미국인 외교고문 데니(O. N. Denny)에게 하사한 것으로 알려진 '데니 태극기'와 여러모로 흡사한 점이 많아 구한말에 제작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데니 태극기'는 현재 국내에 보관중인 태극기 중 가장 오래된 것. 신 씨는 이런 점에 근거해 전문가들에게 직접 감정을 의뢰할 계획이다.
　사진자료를 통해 이 태극기를 본 태극기선양중앙회 황선기 회장은 "실물을 직접 확인하지 못해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중앙 태극문양과 끈 매는 부분에 놓인 딱지, 그리고 미싱 상태 등으로 미루어 1920~1940년대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당시 국내에는 미싱이 많이 보급되지 않아 해외에서 제작돼 국내에 들여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내에 보관중인 태극기 중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것은 4~5점 정도에 불과해 희소가치가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