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어몰입교육 등 학교 영어교육이 강조되면서 영어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방학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해외영어캠프는 이미 마감됐으며, 학부모들은 방학을 이용해 영어교육에 매달리느라 여념이 없다.

A유학원에서 주최하는 초·중학생 대상 해외 영어캠프는 방학 한 달 전 이미 마감됐다. 특히 반별 10~20명 정원에 홈스테이로 진행되는 캐나다 3주 코스는 숙박과 프로그램 참가비까지 2천800만원이 넘지만 비자가 필요없어 조기 마감됐다. 2주 코스 역시 2천400만원에 달하지만 일찌감치 마감되는 등 영어교육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유럽권 등이 조기 마감되자 필리핀 쪽으로 눈을 돌리는 학부모들도 있다. B유학원의 경우 비행기 표 값을 제외한 수업비용과 등·하교 픽업비가 150만원. 필리핀은 현재 우기에다 치안이 좋지 않지만 방학을 맞아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영어학원 역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원어민 강사의 지도로 직접 말하기와 대화 중심의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는 C영어학원에 따르면 방학전부터 많은 아이들이 등록하는 등  성업 중이다.

한 학부모는 "출혈이 만만치 않지만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영어를 곧잘 하는 자녀를 보면 뒷받침해주고 싶은 게 부모의 욕심이다"며 "더구나 엄마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얘기들이 있어 우리 아이만 뒤처지지는 않을까하는 걱정도 드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새 정부 출범이후 방학을 이용한 영어교육에 관심이 쏠리면서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나친 사교육은 오히려 자녀를 망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사교육이 비대해질수록 자녀는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상대적으로 상실하게 된다는 것. 실제로 혼자 숙제를 해결하는 아이들은 기초학습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통계도 있다.

컬럼비아대에 합격한 지역인재 강준호(18) 군은 본인이 관심있는 물리, 생물학 분야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국제학술지에도 발표됐으며, 이를 많은 연구진들 앞에서 영어로 발표하기도 했지만 별도로 영어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는 않았다.

어머니 박람아(49) 씨는 "초등학교 때까지 만화책을 끼고 사는 아이를 보며 한편으론 불안하기도 했지만 아이가 관심 있는 분야에서 스스로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편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과학만화책을 끼고 살던 강군은 고등학교 진학 시 과학영재학교에 합격했고, 별도의 과외학습 없이 스스로 영어실력을 키웠다.

박 씨는 "한 때 서울의 학원에 보내봤지만 아이가 싫어해 한 달 만에 그만뒀다"며 "천편일률적인 학원을 보내기보단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고 개별적인 특성을 고려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조언했다.

특히 각 학교별로 원어민강사까지 배치되는 등 공교육이 강화된 시점에서 굳이 사교육이 필요하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학생이 얼마만큼 노력하고 관심을 갖느냐의 문제일 뿐 외부강요에 의한 학습은 장기간 지속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