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교에서 웬 무용?" 남학교에서 체육시간에 무용을 가르치고 있다고 하면 대부분 의아하게 생각할 것 같다.

그러나 원주중학교가 문화관광부 예술문화 저변확대 지원사업에 응모해 지난 2006년부터 시작한 무용수업은 다른 수업보다 인기가 높다. 한기환 교무부장은 "공모사업에 응모할 땐 일단 저질러놓고 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아이들 반응이 매우 좋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무용수업은 주당 3시간인 체육시간 중 1시간을 할애해 실시하고 있으며, 수업은 전문강사가 담당한다. 무용이라고 해서 까치발 들고 다리 찢는 모습을 연상했다면 오산. 감정과 기분, 언어를 몸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집단으로 역할을 분담해 사물이나 동물을 몸으로 그리기도 한다. 신체로 자신의 이름을 쓰고, 어떤 움직임에 방향과 높이, 박자, 속도와 경로의 변화를 주는 학습을 한다. 신체를 인식하고 시간과 공간을 인식하는 교육이다. 또 향토무용과 지역놀이, 시대별무용과 외국 민속무용을 배우는가 하면, '내가 그린 가족'을 통해 가족애도 느껴본다.

말 그대로 단순한 무용이라기보다는 협동심과 창의력을 기를 수 있고, 폭발하기에 의한 즉흥적인 행동표현 등 동작단어와 명상을 통해 예민한 청소년기의 정신수양효과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정신지체장애를 안고 있는 도움반 학생들에게는 자활치료면에서 더 없이 좋은 시간이 되고 있다. 신체표현에 있어서만큼은 오히려 일반 학생들보다 훨씬 잘한다는 게 선생님들의 설명이다. 이밖에도 포크댄스, 국악을 접목시킨 탈춤 등 다양하고 포괄적인 무용을 가르치는 등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매년 2회 평가회도 개최한다. 강사를 선발한 주체인 각 대학 무용과 및 체육과 교수들이 찾아와 해당 강사가 진행하는 수업을 평가해 결과가 좋지 않은 강사는 프로그램에서 배제하는 시스템이다. 수업에 대한 질적 개선을 위한 철저한 검증을 병행하고 있는 셈. 학부모들 반응도 좋다. 가까이 하기에는 딱딱할 것만 같고 전문가들만 할 것 같은 '무용'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고 새로운 수업방식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한기환 교무부장은 "남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체육시간을 좋아하고, 교실을 벗어나 야외에서 공차고 뛰어 노는 역동적인 것을 선호하는데 막상 체육시간까지 줄이면서 무용을 가르치려 했을 땐 혹시나 아이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다"며 "무용교실은 기존 체육선생님들의 협조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