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곧 기회입니다"
　이상혁 치악산한우 브랜드추진단장이 최근들어 입버릇처럼 하는 얘기다.
　농촌이 갈수록 어려운 현실에 부딪치고 있지만 부정적인 시각으로 상황을 바라본다면 미래도 밝지 못하다는 게 이 단장의 생각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농사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이 단장은 건국대학교 임학과를 졸업한 87년 농사일을 시작했다. 농사일을 꺼리는 요즘 세대와는 달리 일찌감치 농사를 자신의 직업으로 정하고 살아왔다는 것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이 단장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농사짓는 모습을 보면서 농사도 얼마든지 만족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고 90년대 중반까지도 농민은 풍요롭게 살아왔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농업도 직업인데 사람들이 잘못된 인식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한다. 직업은 즐기면서 하면 얼마든지 행복을 느낄 수 있지만 직업에 대한 성향은 일보다는 돈을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농업을 직업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이 적다는 것.
　87년 농사를 시작하면서 각종 영농활동을 활발하게 해 왔다. 4-H 영농활동과 농업경영인원주시연합회, 전국새농민회 강원도회 활동을 해왔고 현재 전국새농민회 사업부회장, 전국한우협회 원주시지부 부지부장, 치악산한우 브랜드육성사업단장, 우리밀 작목반장을 맡고 있다.
　그가 20여년동안 농사일을 하면서 가장 눈에 띈 활동은 밀 재배를 위해 원주도 2모작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것과 치악산 한우브랜드 사업이다.
　밀은 2모작을 해야 농가의 적정소득이 가능한데 2002년까지 충주권은 밀과 벼의 2모작이 가능했지만 원주는 2모작 가능여부조차 몰랐다고 한다.
　갈수록 농가소득이 감소하고 부채만 늘어나는 상황에서 원주도 2모작이 가능하다면 새로운 농가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이 단장은 4가지 벼품종과 밀을 함께 재배했다. 이로인해 원주에서 벼와 밀의 2모작은 어렵지만 흑미와 밀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이후 우리밀 작목반을 구성하고 농가들과 밀을 재배했지만 매년 청둥오리가 큰 피해를 주고 있어 아직 참여농가가 늘어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 단장은 "일반적으로 청둥오리는 겨울철새인데 원주지역은 지금도 청둥오리가 있다"며 "청둥오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밀 재배농가는 매번 피해를 볼 수 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금은 원주농협에서 밀을 이용한 라면이나 국수, 밀가루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지만 재배농가가 적고 생산량이 부족하다보니 아직 상용화하는데는 어려움이 많다.
　치악산 한우에 대한 이 단장의 생각은 좋은 품질의 한우를 생산하는 것이다. 농가는 생산자 입장에서 높은 등급의 한우를 생산하고 판매는 유통업체가 맡아 준다면 치악산 한우는 분명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자부하고 있다. 치악산 한우가 브랜드사업을 추진한지 불과 1년6개월에 불과하지만 분명 목표가 있고 농가들의 의지만 있다고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것.
　이 단장은 "이제 농촌은 식량을 공급하는 차원의 생각을 하면 안된다"며 "농촌은 도시민에게 볼거리와 환경보존 등 공익적 기능을 갖춘 종합공간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농촌으로 귀농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정작 농촌의 개방적인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도시민이 많다고 한다. 농촌은 농촌다운 모습을 갖추어야 도시민이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농촌이 변화하지 않으면 찾는 사람도 없다는 것.
　이상혁·이점숙 부부는 오는 7월 1일 농협중앙회에서 수여하는 새농민본상을 수상한다. 새농민본상은 전국 수백명의 대상자 중 엄격한 심사를 통해 수여하는 것으로 원주에서는 반곡관설동 배경수 씨가 수상한 바 있다. 이 단장은 "사실 남에게 알려지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그렇지만 맡은 일은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농촌 발전을 위한 각종 아이디어를 제시하겠다"면서 "더욱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기영 기자  k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