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는 시민 및 공무원을 대상으로 매월 2회 '베스트원주 아카데미'를 개최하고 있다. 2006년 9월 시작돼 지금까지 30차례 실시됐으며 박재갑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용혜원 시인, 방송인 김병조 씨 등 사회 저명인사가 강사로 초빙됐다.

그러나 시민·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한다는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올해부터는 거의 전적으로 공무원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열린 아카데미의 경우 공무원들이 좌석을 선점한 탓에 상당수 시민들은 입장하지 못한 채 돌아가야 했다.

아카데미에 대해 공무원들이 전적으로 호응한 때문일까? 그렇지는 않다. 원주시는 공무원들에게 올해 10월까지 실시되는 20회의 아카데미 중 12회 이상을 의무적으로 참석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12회를 채우지 못할 경우에는 승진대상에서 누락되기 때문에 공무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참석하고 있다.

원주시 공무원 수는 1천300여명으로, 아카데미가 열리는 백운아트홀 좌석수(1천석)를 넘기 때문에 시민들 차지가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 A 씨는 "빈자리가 생길 것을 우려해 공무원들을 강제동원 하고 있다"면서 "공무원들은 업무의 연속이기 때문에 아카데미 강좌가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오후7시에 시작하다보니 귀래·부론·신림면사무소 등 원거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식사를 거른 채 가까스로 강좌에 참석하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공무원 B 씨는 "지난달에는 어버이날과 겹치는 바람에 아카데미로 인해 어버이날에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하는 불효를 저질렀다"면서 "공무원을 강제로 동원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꼬집었다.

올해 집행되는 아카데미 예산은 3천만원으로, 시민이 아닌 공무원들을 위해 쓰여지는데 대해 일부 공무원들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모르는 시민이 대다수일 만큼 홍보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시민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강사를 초빙하고, 적극 홍보하면 공무원을 강제동원 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게 공무원들의 자성적 발언이다.

한 공무원은 "승진을 무기로 공무원을 강제동원 하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라며 "극도의 행정편의적 처사에 공무원이라는 신분이 부끄러워진다"며 조직내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상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