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체육회는 지난 5일 열린 이사회에서 대회유치를 신청한 원주시와 태백시를 대상으로 개최지 선정심사를 벌여 태백시를 최종 개최지로 선정했다(본보 3월 6일자 1면 보도).
이에 대해 그동안 도체육회가 도내 18개 시·군 순환개최를 개최지역 선정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던 점과 관련, 불과 4년전 도민체전을 유치한 태백시를 개최지로 선정한 것은 명분없는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도체육회는 지난해 여름 대회유치를 신청한 원주시와 태백시에 실사단을 파견, 경기장 및 주변 시설과 여건, 대회 운영능력 등을 점검했다. 하지만 11대 35라는 투표결과가 반영하듯 실사단 평가는 개최지 결정에 별다른 영향을주지 못했다.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한 체육계 인사는 "이사회가 개회되기 전부터 원주시가 기본 인프라 등은 앞서지만 도민체전은 지역 경기 활성화를 고려해 작은 시군에서 개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태백쪽으로 기우는 모양새였다"고 이날 분위기를 전했다. 불과 몇해 전 도민화합을 위해 순환개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 언제부턴가 뒤바뀐 것.
일각에서는 원주가 혁신·기업도시를 유치한 뒤로 도내에 팽배한 '원주견제론'을 도민체전 유치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또 다른 체육계 관계자는 "혁신도시 유치를 두고 경쟁했던 모 자치단체 출신 이사는 시종일관 원주시 흠집내기로 일관하는 등 노골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전하고 "이번 도민체전 개최지 투표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체육계 뿐 아니라 문화, 정치, 사회 등 전 분야에 걸쳐 도내에 '묻지마식 원주 견제론'이 자리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또, "모든 것을 경쟁관계로 보고 '특정 도시는 안돼'라며 무조건적인 견제심리를 내세우는 것은 결국 속된 말로 '촌놈정신'일 뿐"이라면서 "눈 앞의 결과보다 더 멀리 내다보는 대승적인 차원에서의 접근이 아쉽다"고 말했다.
체육계 인사들은 도체육회 이사들의 투표로 개최지를 결정하는 현행 규약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올해는 물론 이전 결과를 보더라도 객관적인 평가보다 이사 개개인의 호불호나 각 시군의 정치적 고려에 따라 투표의 향방이 갈렸다는 인상이 짙기 때문. 오히려 현행 투표방식이 유치를 신청한 각 시군간 경쟁을 과열시키고 치열한 로비전으로 이어지는 병폐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도체육회 임원 63명 중 춘천 출신이 28명, 강릉이 9명인데 반해 원주는 5명에 불과한 현실에서 현행 규약대로 개최지를 결정할 경우, 일부 시·군의 입김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도체육회 한 임원은 "당일 이사회에서도 현행 규약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실사결과를 바탕으로 충분한 토론을 통해 투표가 아닌 합의에 의해 개최지를 확정지을 수 있도록 차후에라도 반드시 규약이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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