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성녹차밭.

　보성군 녹차재배 역사는 마한에서 백제로 통합되면서 차를 이용했다는 기록이 '보성군사'에 전해진 것으로 보아 16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성녹차가 본격적으로 재배된 것은 일제강점기 때이다. 커피, 초콜릿, 홍차 등 외국문물이 밀려오던 시기, 이에 대응하기 위해 홍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녹차사업
　그러나 홍차에 카페인이 함량되고 질이 떨어진다는 '홍차파동'이 일어나 홍차 소비가 급격히 줄어든다. 보성은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바로 녹차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 1970년대 정부의 농촌소득특별사업 일환으로 차 재배 사업을 확대할 수 있었다. 이로써 보성홍차가 아닌 보성녹차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었다.
　보성녹차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보성군 경제가 녹차산업에 의해 좌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보성군은 2만2천800여 가구에 인구 5만3천여명의 소도시다. 이런 보성이 녹차로 유명해지는데 기여도 1위는 축제이다. 매년 5월 5일 어린이날을 기점으로 열리는 '보성다향제'는 녹차를 외면했던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것으로 1985년 시작됐다.

보성다향제 파급효과
　보성군청 송봉석 녹차사업단장은 "보성은 차의 고향이라는 뜻의 다향제가 성공을 거두면서 전국적인 명소가 된 보성녹차밭을 보기 위한 관광객이 줄을 잇고 있다"며 "단순히 축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녹차생산을 지원할 수 있는 형태"라고 말했다. 축제가 타지역 관광객을 유치해 특산품 판매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지난 5월 4일부터 4일간 대한다원 일원에서 열린 2007년 보성다향제는 87만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외부 방문객의 비율이 70%를 차지했으며 이들은 녹차와 기념품 구매뿐 아니라 보성군 내 음식점과 숙소를 이용했다. 축제 기간 중 외부 방문객 1인이 지출한 평균 금액은 8만6천750원. 총 520억7천여만원을 보성군에서 썼다. 지난해 1인당 관광지출 비용 4만1천600원과 비교하면 두배이상 많다. 생산, 부가가치, 고용측면에서 파급효과를 보면, 생산 902억4천여만원, 부가가치 398억3천여원, 고용 2천700명에 이른다. 보성군에 따르면 다향제 준비예산은 6억여원이다. 보성군청 문화관광과 문삼재 씨는 "이왕하는 거 제대로 된 축제가 되도록 노력한다"며 "관계자가 참여하는 부분과 전문가를 섭외해 알찬 내용으로 진행되도록 할 부분을 구분해 준비한다"고 말했다.
　꾸준한 관광객 유치를 위해 보성군은 3년전 부터 방문객을 철저하게 분석, 평가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연간 1천500여개의 지역축제가 열리고 있으며,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 축제의 질을 높이고 프로그램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다. 축제기간 동안 매일 표본추출해 실증적 연구, 인터뷰, 현장조사를 병행해 수집한 유효표본 자료를 SPSS(statistical package for the social science) 사회과학용 통계패키지와 엑셀 프로그램을 활용해 결과를 분석한다.
　조사항목은 방문객의 비율부터 체류기간, 숙박형태, 거주지 등 방문객의 성향파악에서부터 축제와 프로그램, 기념품에 대한 가격과 품질 등 만족도까지 상세하다. 이외에 음식, 주차시설의 만족도와 화장실의 청결도까지 조사가 이뤄진다.
　조사항목을 바탕으로 경제적 파급효과가 추정된다. 올해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보성 방문목적이 일반 관광이 아닌, 보성방문 목적이라는 응답비율이 높았다. 보성 자체가 관광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뜻이다.

관광상품 개발
　변하는 세태에 맞춰 녹차를 이용한 다양한 관광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보성녹차음료수 캔을 비롯한 화장품, 먹거리(냉면, 비빔밥, 건빵, 제리, 삼겹살, 술 등), 녹차성분을 이용한 건강보충제 등이다. 보성군청 오왕모 녹차사업단 품질관리담당은 "바쁜 현대인과 젊은 세대의 입맛을 잡기 위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러한 관광상품을 만나기 위해 보성군을 찾아오는 관광객들도 많다"고 말했다. 또 "관광상품이 판로확대와 홍보에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보성군수 품질인증제 등 브랜드 강화
　수입차 유입과 녹차 농약파동으로 인해 위기를 맞았던 보성군은 녹차산업에 대한 지원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농약 사용농가를 강력히 규제, 지금은 100%라 말할 순 없지만 거의 대부분이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다는 게 녹차사업단 송봉석 단장의 설명이다. 만약 농약이 검출되면 그 농가는 보성녹차 재배단지에서 제외된다.
　녹차 품질개선을 위해서는 지리적표시제를 운영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보성군수품질인증제'를 도입한다. 생산이력제와 지리적표시제를 사용하더라도, 군 자체적으로 정한 152개 항목을 통과하면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인증농가 혜택 등 세부적인 사항은 아직 논의 중이다.

가공공장 조성 수도권 판매처 확대
　차 재배면적(1천111ha)이 전국 재배면적의 27%를 차지할 정도이지만, 영세농가가 많은 점을 감안, 녹차가공공장을 조성 중이며, 오는 12월 말이면 공사가 마무리 될 예정이다. 그동안 보성녹차는 OEM 방식으로, 현지 가공제품이 없었다. 아직 전국 판매처를 확보하
지 못한 보성녹차는 홍보와 판매처를 강화했다.
　보성 자체가 관광상품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지만, 더 이상 와주기만을 바라다간 타 브랜드에 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서울시 웰빙산업을 테마로 한 (주)불로장생타워에 전문판매점을 개설, 수도권 녹차판매와 홍보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앞으로 녹차가공공장이 운영되면 품질 향상뿐 아니라,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 지하철, 백화점에서 홍보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차소리문화공원 조성
　오는 2010년 '차소리문화공원'이 완공된다. 차의 역사와 종류 등 차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박물관과 펜션 등을 만들고 있다.
　환경 그대로의 모습을 살리지 못하고 개발에 급급한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는 차소리문화공원 조성사업은 차의 고장임을 다시한번 알리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데는 성공한 듯하다.
　값싼 수입차가 국내에 들어오고 사람들의 입맛이 외국산에 길들여지면서 위기를 맞이한 보성녹차 산업이 다시한번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보성군청 송봉석 녹차사업단장은 "브랜드사업에서 분명한 것은 행정, 농민, 상인 등 사업관계자들이 한마음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개인의 이익보다는 대외적인 이미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