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원주 장애인 현주소
② 김해시 장애인 정책
③ 경상남도 장애인도우미뱅크
④ 일본 동경 선진사례
⑤ 일본 동경 장애인일자리사업
⑥ 좌담회 장애가 장애가 되지 않는 원주를 위한 과제와 방향

편집자주

마땅한 수발인이 없어 바깥 나들이는 꿈도 못 꾸고 하루종일 창문 쪽을 바라보며 누워있는 장애인. 극심한 거동불편으로 장보기는 물론 설거지, 집안청소, 육아 등 가사활동이 어려운 여성장애인과 독거장애인. 연극 및 영화관람, 스포츠관전 등 여가활동이 꿈인 중증장애인. 보호가 필요함에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간병인을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 등 우리주변에는 이 같은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이 많다.
　장애인들은 우리 사회의 여러가지 편견과 차별대우를 감수하며 생활하고 있다. 장애인도 모든 인간이 누리는 기본 인권을 당연히 누려야 하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비장애인이 누리는 권리를 제재 받아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에게만 맡겨두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이들이 장애 때문에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욕구를 스스로 충족시키지 못할때 사회가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다. 실업·질병·재해·산재 등 다양한 요인으로 우리 모두는 잠재적 장애인이 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적 보험이며 비용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원주의 장애인구는 2007년 9월 말 현재 1만4천3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4.7%(전국 기준 4%)이며 매년 증가하고 있다.
　원주투데이는 현재 원주에 사는 장애인들이 느끼는 문제점을 점검해 보고 장애가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정책 대안을 찾아 보는 기획을 6회에 걸쳐 보도한다.
 

가족장애:정덕영씨 "우리 가족도 행복하고 싶어요"

청원학교에 다니는 큰 딸과 발달장애를 앓는 아들이 있습니다. 어린 막내딸은 돌볼 여력도 없었어요. 4년 전 일하러 간 공사장에서의 사고로 더이상 하체를 쓸 수 없게 되자 평범한 사람처럼 사는 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가장 불행한 일은 저와 아이들 때문에 겪어야 하는 고통을 견디지 못한 아내가 끝내 집을 떠난 것입니다. 처음엔 원망도 많이 했지만 오죽 했으면 그랬을까 이해도 갑니다. 장애인이 되면서 평생 장애인으로 살게될 아이들이 더욱 측은하게 느껴지면서도 성치 않은 몸 때문에 돌봐주지 못해 미안할 뿐입니다.
　치료 때문에 거의 병원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어머니 말이 최근 막내가 자정을 넘은 시각까지 집에 잘 안들어온다고 하네요.  겨우 9살인 녀석이 어디서 뭘 하느라 새벽 3~4시에나 들어오는 걸까요?
　막내딸이 잘 따르는 제 동생말에 의하면 "윤정이가 집에 들어와도 같이 놀아주는 사람도 없고 관심가져주는 사람이 없다보니 집에 와도 소외감, 외로움을 느끼는 것 같다"며 "아픈 애들 돌보느라 윤정이는 신경도 안쓰고 늦게 들어온다고 매를 드니 아이가 점점 엇나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세 아이를 돌보는 부모님의 부담을 줄여드리기 위해 장애아동들이 지내는 시설에 둘째애를 맡겼는데 얼마 후 아이는 잘 먹지 못했는지 바싹 말라있고, 같이 지내는 형들한테 맞았는지 몸 여기저기에 멍이 들어 있었어요.
　더이상 아이를 맡기지 않고 집으로 데려왔는데, 원주엔 마음놓고 장애아이 맡길곳 하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가족마다 한가지씩 문제는 있지만 점점 우리 가족이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애인 가족이 비장애인 가족과 달리 어려운 생활을 하게 마련이나 우리 가족의 어려움이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에서 함께 끌어 안아줬으면 합니다. 장애인 각자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고려해 그에 맞는 맞춤 지원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어요.
　청원학교를 다니는 첫째아이가 방과 후 활동할 수 있는 기관이, 중증장애인인 둘째 아들을 보살펴 줄 수 있는 곳도 있었으면 합니다. 또 막내가 겪는 심리적 불안감을 줄여주기 위해 방과 후 교육활동이 필요한 곳을 연계해 줬으면 합니다.
　얼마 전 정덕영씨의 발달장애를 앓던 둘째아이가 세상을 떠났다. 정덕영 씨 가족이 하루 빨리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중도장애:신오균씨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어요"

　4년을 집밖에 나오질 않았습니다. 하루종일 TV를 보며 누워만 지냈어요. 23살 때 점차 근육을 움직일 수 없게 되는 진행성 근이영양증 진단을 받고나서 부터입니다. 하루하루 근육의 힘을 잃었고 스스로 움직일 수조차 없게 되면서 이대로 인생을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인생을 포기하기엔 저 때문에 외출 한번 못하고 근심만 하는 어머니한테 미안했어요. 그래서 4년만에 외출도 하고 어떻게든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한 겁니다.
　외출해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과 만나면서 성격도 많이 밝아졌고 하고픈 일도 찾게 됐어요. 하지만 하반신 마비로 도움 없이는 대소변도 스스로 해결 못하는 저로선 외출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걸 알게 됐어요. 
　이동-복지관에서 합창 연습을 한 후 휠체어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데 비가 오기 시작했어요.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을 위해 운행하는 리프트차량을 불렀지만 '이용자가 있어 올 수 없다'고 했어요. 우산이 없는 사람들이 뛰어가 건물 안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데 비를 맞고 있는 제 모습이 처량하기만 했습니다. 인도가 없어 쌩쌩달리는 차들 옆으로 휠체어를 타고 가는데 고인물이 튀겨 옷이 흠뻑 젖었을 땐 눈물이 났어요.
　신변자립-아침에 잠에서 깰 때부터 어머니의 도움이 필요해요. 혼자서는 누워있는 몸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죠. 어머니의 일과는 저의 뒤치닥거리로 시작해서 끝이 납니다.
　어머니가 3일간이나 집을 비우셔야 할 때 전 입원을 할 수 밖에 없었어요. 다행히 6월달부터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해 활동보조인서비스가 생겨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하지만 활동보조인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고 혼자 화장실을 갈 수 없기 때문에 그 일까지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남자 활동보조인이 없어 아직 그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습니다.
　현재는 외출했다가 화장실이 가고 싶을까봐 장거리는 다니지도 못하고 외출할일이 있으면 식사도 거의 안하고 다녀요.
　좀 더 장애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보조인 제도가 정착되길 바랄뿐입니다.
　교육-요즘 저의 꿈은 장애인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는 거예요. 그러려면 공부를 해야 할 텐데 몸이 안좋고 돈 벌 욕심으로 중학교까지 밖에 안나와 답답할 뿐이예요. 아프기 전에 공부를 많이 하지 않은 게 후회가 돼 다시 공부를 하려고 하지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아요. 주변 장애인 친구들은 초등학교도 못나온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엔 장애인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더욱 열악했기 때문이예요. 사회생활을 위해 최소한의 교육을 받아야 하는 건 비장애인이나 장애인 모두 마찬가지 아닐까요.

여성장애인:이진주씨 "간단한 일감 있었으면..."

여성장애인이기 때문에 결혼까지 포기하며 산다는 것은 얼마나 괴로운 일일까?
　여성장애인들은 예쁠 필요도 없고 이성에게 관심을 가져서도 안되는 것처럼 여겨지기 쉽다. 스무살 부터 신장이 나빠 투석을 하고 앞을 볼 수 없게 된 이진주(38·가명) 씨. 그는 "더 이상 남들에게 동정받는 게 싫다"며 치마를 입고 향수를 뿌린 후 외출한다.
　
　결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병원에 입웠했을 때 저처럼 시각장애를 앓는 여자를 만났는데 시각장애인이 된 후 시댁어른들의 반대로 남편과 이혼하고 집에서 쫓겨나는 걸 봤어요. 그 때의 충격때문인지 가끔 주변에서 남자를 소개해준다고 하는데도 피하게 되고 결혼한다는 생각은 아예 접었어요.
　얼마 전 동창회 갔을 때 친구들이 핸드폰 카메라로 찍은 자식사진을 가르키며 아이들 얘기를 할 때 부럽기도 하고 샘도 났지만 '결혼 하면 후회한다'는 말에 위로하며 혼자서 지내기로 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혼자 버스를 타고 투석하러 병원을 갈 때면 옆에 누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이 때는 외롭다기 보다는 위험해서 보호자가 있었으면 해요. 특히 비라도 오면 더 절실해져요.
　
안보이면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상처
　복지관에서 비즈를 배우고 또 얼마 전에는 요리를 배웠는데 대부분의 사람이 "안보이는 데 비즈를 어떻게 하냐, 안보이니 저리가 앉아 있어라"는 등의 말을 할 때 정말 서럽고 금새 눈물이 날 거 같았어요.
　집에서도 혼자 빨래하고 청소하고 컴퓨터까지 하는데 왜 사람들은 시각장애인이라 못할거라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저를 포함해 많은 여성장애인들이 일을 하고 싶어 하지만 시켜주지 않아서 장애인들은 집에서 우두커니 TV를 보며 지내는 게 전부예요.
　중증 장애인이라해도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을텐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안타까워요. 시각장애인인 저도 컴퓨터를 배워 사회와 소통하는 데 장애인이라서 못하는 게 뭐가 있겠어요.
　적당한 일을 찾을 수 있도록 사회적인 관심과 지원제도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장애아동 부모:김미은씨 "장애아동 교육권 보장 돼야"

　35세에 낳은 지원이는 27주만에 태어났다. 미은(41·단구동) 씨는 적지 않은 나이에 조산으로 낳았기 때문에 아이에게 문제는 없는지 늘 노심초사 해야 했다. 병원에서는 돌(생후 1년)이 지날 때까지 기다려 보라고만 하니 답답하기만 했다.
　6살이 된 지원이는 발에 보조기까지 차고 있지만 보는 사람이 불안할 정도로 걸을 때 몸을 심하게 흔든다. 뇌성마비 1급 장애아로 하지마비를 앓기 때문이다.
　제 때 치료를 받았더라면 지금보단 훨씬 몸상태가 좋아질 수 있었을 텐데 치료병원이 적고 대기자가 많다는 이유로 치료 횟수를 일방적으로 줄여야 할 때 지원이 엄마는  막막하고 답답해 한참을 울어야 했다.
　현재 지원이는 집앞에 있는 G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받아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G어린이집은 2층에 있어 지원이가 다니기에 불편하긴 하지만 지원이 엄마는 다른 어린이집을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 다행히 어린이집 교사가 1층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올려다 준다고 한다.
　어린이집을 다녀와 기분이 들떠 있는 지원이를 보면 엄마 역시 기분이 좋다. "며칠전엔 걷다 넘어지면서 친구를 건드렸는데 지원이가 때렸다고 선생님한테 이르는 바람에 시무룩해져 온 아이를 보며 무척 가슴이 아팠다"며 "아직은 어려서 다행인데 청소년 시기에 장애 때문에 왕따라도 당해 상처를 받으면 어쩌나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지원이를 청원학교로 보낼지, 아님 비장애 아동들과 함께 배울 수 있는 일반 학교로 보낼지 고민중이라고 한다.
　인지 능력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지원이를 또래 아이들과 통합교육을 시키는 게 엄마의 솔직한 바람이지만 통합교육을 위해 개선됐으면 하는 게 많다.
　학교 시설이 모두 비장애 아동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하지마비인 지원이에겐 몸에 무리가 많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장애아동의 몸 상태를 고려한 책상과 걸상 마련이 시급하다.
　또 "장애아동을 맡은 선생님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그 아이의 학교생활이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다"며 "장애아동을 맡은 교사들의 불만을 줄여주기 위해 특별 가산점을 주고 장애아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