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흥업면에 거주 중인 이모(58) 씨는 며느리들에게 "이번 명절부터 송편은 너희끼리 알아서 준비하라"고 말했다.

　"'알았다'고 자신 있게 말하더라고요. 볼일을 보고 저녁에 들어갔더니 쟁반에 송편이 수북이 담겨 있어 만든 송편이라고만 생각했죠. 그런데 사온 송편이더군요."

　김 씨에 따르면 큰며느리와는 3년을 같이 송편을 만들었기에 며느리들에게만 맡겨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그동안 김 씨가 모든 준비를 해왔던 터라 큰며느리도 빚을 줄만 알았지 과정은 정확히 숙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 씨는 "송편 만드는 과정을 알려 주고자 며느리들과 다시 송편을 만들었다"면서 "여성결혼이민자들에게만 전통교육을 할 게 아니라 한국여성을 대상으로도 전통교육을 실시해야 될 것"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여성결혼이민자가 증가함에 따라 시와 관련 단체 등에선 이들의 한국 적응을 돕고자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 문화 익히기, 한국 음식 만들기 등 교육의 대부분은 전통 익히기와 관계된 것들. 문제는 여성결혼이민자에 대한 강좌는 쏟아지고 있으나 20~30대 한국 여성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은 찾아볼 수 없다는 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통의 맥을 잇는 주체가 한국 여성이 아닌 여성결혼이민자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스겟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내국인 여성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요구되고 있는 것.

　결혼을 앞둔 정모(28, 일산동) 씨는 "퇴근 후 요리학원에 다니고 있다"면서 "주변에 스파게티는 만들어도 김치를 담글 줄 아는 친구는 없다"며 "시나 각 단체가 전통음식 강의 등 직장인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주시 관계자는 "한국문화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여성결혼이민자와 한국여성을 같은 선상에 놓고 보는 건 옳지 않은 것 같다"면서 "전통의 맥을 잇는 주체가 여성결혼이민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확대해석일 뿐"이라며 "내국인은 본인이 원한다면 학원이나 교육문화센터 등을 통해 얼마든지 배울 수 있지 않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