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악역을 원래 잘 못 만들어요. 대립 구조는 아이들에게 심리적 불안감을 줘요. 아이들이 안심하고 책을 덮을 수 있게 하고 싶었고 긍정적 마인드를 갖게 하고 싶었습니다"고 설명하는 배유안(50) 작가. 원래는 약재 집 데릴사윗감으로 약초채집을 하는 막개라는 인물을 등장시켰었다. 난이와 가까이 지내면서 장운을 몹시 싫어하고 괴롭히는 성격으로 처음부터 개성 있게 그려져 마음에 들었는데 장운이가 서울로 가고 난 뒤의 역할이 애매해져서 과감하게 뺐단다. 고민 끝에 일터에 상수라는 인물을 새로 넣어 이야기를 이어갔다.
"막개는 지금 생각해도 조금 아까운 인물이긴 하지만 작가의 욕심을 과감히 접을 줄도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2년 정도 작품 구상을 하고 6개월간 원고를 쓰면서 누구보다 세종대왕의 한글사랑을 가슴 깊이 느꼈다는 배 작가는 알면 알수록 담고 싶은 내용이 너무 많아 최대한 모든 것을 절제하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국문학을 전공한 배 작가 역시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할 때 집현전 학자들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KBS 역사 다큐멘터리를 통해 사실은 학자들과 상의도 못하고 혼자 고민하고 연구하며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백성을 사랑하는 세종대왕의 마음과 시집간 공주를 상대로 한글을 시험했다는 기록을 보면서 분명히 백성을 상대로 한글을 시험해 보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작품의 줄거리가 그려졌단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조선시대라는 시대상황을 설명해야 했고 한글 창제 무렵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고증과 고어 작문을 위해 용비어천가 등 15세기 문학작품들에서 단어들을 뽑아야 했다. 세종대왕에 대한 성품을 알아보고자 1443년~1449년까지의 세종실록 완역본을 읽었는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자신감을 갖게 해 주는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한글 창제의 원리를 제대로 알고 공부를 하면 재미있는데 요즘 학생들은 그저 시험 준비를 위해 외워야 할 것으로 생각하다보니 한글의 우수성을 모르는 것이 마냥 안타깝기만 한 배 작가. 4년 정도 중·고등학교 국어교사로 교단에 서면서 학생들이 얼마나 어려워하는지 직접 피부로 느꼈단다. "어렸을 때부터 문법을 제대로 가르쳐주고 한글의 우수성을 알려주지 않은 어른들 탓"이라고 꼬집는 배 작가는 말을 시작함과 동시에 영어를 가르칠 줄 알았지 정작 우리나라 말은 소홀하게 여기는 현대 문화를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글로벌, 글로벌 하는데, 우리 것도 제대로 모르는 글로벌은 결국 모래 위에 탑을 쌓는 것과 같다"며 "교육이 문학작품을 버렸다"고 꼬집었다.
시종일관 한글 예찬론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배 작가의 한글사랑은 고등학교 시절부터였다고 한다. 특별히 국어 과목의 성적이 좋은 것도 글짓기 실력이 뛰어나지도 않았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배 작가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소녀였다. 그래서 국어교육과에 진학했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둘째 아이를 출산하면서 학교를 그만두고 전업 주부로 생활하다 뒤늦게 글쓰기 지도를 시작했다.
과거를 회상하던 그녀는 "그땐 책이 정말 좋았어요.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을 때도 많았고 막연하게 등단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근데 정말 이렇게 등단할지는 몰랐어요. 그것도 동화 작가로…"라고 말하며 수줍게 웃기도 했다.
"원주에서 한 도시 한 책읽기 도서로 선정됐다고 들었을 때 무엇보다 한글에 대한 관심을 둘 수 있는 기회가 되겠구나 싶어서 굉장히 기뻤어요. 한글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한글 사랑을 되새겨 보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배 작가는 "정철의 관동별곡을 배경으로 작품을 쓰고 있는데 올 연말쯤 출판될 것 같다"며 계획을 밝혔다.
현재 초정리 편지는 8쇄까지 인쇄가 진행됐고 극단 사다리가 연극으로 각색해 무대에 올리는 등 많은 독자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원주에 왔으니 박경리 작가의 생가가 있는 토지문학공원을 둘러보겠다며 일어선 배 작가는 오는 11월 책사랑 축제에서 원주시민들을 다시 한 번 만나겠다는 약속을 하고 인사를 했다.
서연남 객원기자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루 8분만 해도 살 빠진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