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를 건너다보면 몇 초 지나지 않아 녹색 불이 깜빡거리는 경험을 누구나 했을 것이다. 사람 심리상 신호등이 점멸되기 시작하면 걸음을 빨리 하는 게 일반적. 물론 점멸을 하는 이유도 속히 횡단보도를 건너가도록 하기 위해서긴 하다. 그러나 몇 걸음 떼지도 않았는데 신호등이 점멸되기 시작한다면 대다수는 곧 빨간불로 바뀌겠다는 생각에 먼저 당황하게 된다.

　합동청사 사거리 횡단보도를 자주 이용한다는 서모(단계동) 씨는 "이 곳의 경우 녹색 불이 점등되는 시간은 5초 정도에 불과하다"며 "그러나 점멸 되는 시간은 20초가 넘는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 "성인일지라도 빨간불로 바뀌기 전 건너려면 시간이 촉박하다"며 "점등 시간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주시 관계자에 따르면 점등된 녹색등이 점멸등으로 바뀌기까지는 7초가 걸린다. 문제는 녹색등이 점멸등으로 바뀐 후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손해보험협회 원주지부 관계자는 "녹색등이 점등된 후 횡단보도를 건너다 사고가 나면 보행자 과실이 없지만 점멸이 시작된 후 횡단하다 사고가 날 경우엔 보행자에게도 과실이 일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유모(태장동) 씨는 "만약 보행신호인 녹색등이 정지신호인 적색등으로 바뀌기까지 30초가 소요된다면 15초 이상 점등을 유지할 경우 보행자가 더 안전할 수 있지 않겠냐"며 "황색 신호에도 속도를 높여 달려오는 차량을 기다리다 보면 몇 초정도는 흘려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주시 관계자는 "점등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 뒤 늦게 건너는 사람이 생겨 소등되기 전에 건너지 못하는 사람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점등 시간이 7초보다 짧은 신호등은 따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다른 방안은 없는 것일까? 신호등 옆에 소등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표시해주는 신호등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가까운 춘천만을 보더라도 다른 점멸 방법보다 소등까지의 소요시간을 알려주는 방법이 시민 보행에 더 안전할 것이란 판단 아래 지난 6월18일부터 두 곳에 이와 같은 신호등을 설치,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물론 원주에도 신호등 옆에 역삼각형으로 진행 상황을 알려주고 있긴 하다. 그러나 소요시간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전체를 100%로 보고 역삼각형 한 개당 소요시간을 환산해 진행 상황을 알려주고 있어 한 눈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유 씨는 "점등시간을 늘릴 수 없다면 다른 방향에서라도 보행자 안전을 위한 대책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